미국사회에서 인종주의가 어떻게 살아남아 꿈틀거리고 있는가.

뉴욕 타임스가 최근 이런 주제로 미국사회 곳곳의 인종차별 관행을 파헤치는 대하 특집 시리즈를 게재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시리즈를 위해 뉴욕타임스는 베테랑 기자들이 대거 투입된 특별취재반을 1년동안 가동했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일상생활과 학교를 비롯한 교육현장,체육계,대중문화예술계,교회,직장 등 사회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구성한 대작이다.

시리즈는 과거 흑인노예를 부리는 등 인종차별의 가해자였던 백인사회가 인종주의가 공식 철폐된 이후에도 여전히 위선적인 차별을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음을 고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지어 하나님안에서 모든 인류는 다같은 자녀임을 주창하는 교회에서조차도 암묵적인 인종차별의 벽이 존재하고 있음을 증언한다.

쿠바등 다른 다인종 국가들에 비해 미국에서 인종주의의 관행이 훨씬 짙게 남아있음도 지적하고 있다.

한 예로 쿠바계 망명자들이 몰려 살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경우 옛 조국에서는 스스럼없이 어울려 지내던 흑백 쿠바인들이 미국에 이주한 뒤 어느 사이엔가 유리벽을 긋고 지내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이런 시리즈물이 아니더라도 미국사회를 조금만 관찰해 보면 인종주의가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흑인이나 중남미계 히스패닉들을 제치고 잘 나가고 있는 한국 중국계 등 아시아계들에 대한 인종적 견제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96년 대통령선거 당시 많은 아시아계 인사들이 정치헌금 스캔들의 표적 수사망에 올라 곤욕을 치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월가나 실리콘밸리의 한복판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2,3세의 젊은 엘리트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 관행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의 백인 주류사회만이 인종주의의 가해자일까.

글로벌화의 물결속에서 적지않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살게 된 한국사회도 한번쯤 인종주의 문제를 차분히 짚어볼 시점이 됐다.

한국사회는 과연 동남아 등지로부터의 이민 근로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착취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인간에 의한 가장 잔인하고 악랄한 집단폭력,그것은 바로 인종주의라는 게 당해본 재미동포들의 한결같은 절규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