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향방을 놓고 올 여름을 달구고 있는 "낙관"과 "비관" 사이의
논전은 일단 낙관론자들의 판정승으로 수렴되고 있다.

그 첫번째 잣대는 "기준(연방기금)금리(현행 연 5.5%)를 올리지 않는다"는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중앙은행)의 19일 발표다.

둘째는 주식시장의 움직임.

요 며칠새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던 뉴욕시장 주가가 연이틀세 힘찬 반등세
로 돌아섰다.

세째는 노사전선에 불안감을 자아냈던 UPS 파업사태의 평화적 해결.

이중 관심을 모으는 지표는 물론 금리와 주가다.

다우존스 지수는 최근 3일 연속 100포인트 이상 올라 20일 8,02123으로
10일만에 다시 8,000선을 회복했다.

주가와 금리는 서로 맞물려 있는 변수다.

만약 금리인상 조치가 단행된다면 증시는 한동안 더욱 휘청거릴 것이라는게
월가의 한결같은 전망이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FRB의 금리 동결 결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동안 조금씩 확산돼 온 일부 전문가와 국민들 사이의 "경기 불안심리"를
어느 정도 잠재우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사실 최근 뉴욕 증시가 갈짓자걸음을 걸었던 데는 인플레 우려가 큰 요인
으로 작용했다.

8월 현재 실업률이 사상 최저수준인 4.8%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떨떠름한
요인으로 꼽힌다.

완전고용 상태가 지속되면 임금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고, 이는 경제 전반의
비용상승(코스트 푸쉬) 인플레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여기에 최근 석달새 다우지수가 무려 29%나 뛰어오른 점도 과열을 넘어
"거품"에 대한 우려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경기 낙관론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FRB가 금리의 "현상 유지"를 결정하자
마자 "그것 봐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동시장이 포화상태임에도 인플레는 커녕 올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기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5%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이들은 "고용과 물가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던 케인즈
이론은 "박물관에 모셔야 한다"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의 "완승"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이곳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위기다.

대표적 경기선행지수라 할 재고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점만 해도 그렇다.

올 2.4분기 재고가 당초 예상했던 6백70억달러를 크게 뛰어넘는 9백50억
달러(추정치)에 육박하는 등 경기 전선에 이상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는 것.

뉴욕타임스는 20일자 기사에서 "중앙은행(FRB)의 제1 임무는 물가안정인
만큼 경기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를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라일
그램리 전 FRB 이사의 경고를 빠뜨리지 않았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경제전문가 낙관론 비판 ]

미국경제는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인가.

미국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이런 논의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요즘 미국 경제가 성장 고용 물가 등에서 너무 "완벽"하다는 사실과, 이에
미국인들 스스로가 취해있는 점 등이 80년대 일본의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는
것이다.

바튼 빅즈 모건스탠리 회장은 최근 경제주간 포천지에 실린 로버트 패럴
메릴린치 선임연구원과의 대담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일본의 거품 붕괴가
과열됐던 주식시장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기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임에 분명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