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의 로비스트들이 불황의 찬 바람을 맞고 있다.

미국의 정치 중심지인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이 스스로 "로비업"
의 미래를 어둡게 볼 정도로 외국의 로비활동 요청이 눈에 띄게 격감한
것이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정부와 기업들의 로비요청 등록건은 지난해중
가장 많았을 시점을 기준으로해도 1천1백17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법무부에 등록돼 있는 로비건은 지난해 말일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8백56건으로까지 줄어들어 1천건선밑으로 내려간다.

로비건은 한 해중 피크 시점을 기준했을때 지난 91년도에만해도
2천79건에 이르렀으며 93년도까지 계속 2천건을 웃돌았었다.

그러나 94년도를 전후해 감소 추세를 보여 로비스트들이 "일감" 부족을
걱정해야할 힘든 시기를 맞았다.

경제가 장기호황을 보이고 있는 미국에서 대조적으로 워싱턴 로비업계만
썰렁해진데에는 크게 2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로비활동의 주요 대상이었던 미국의 대외원조액이 그동안 감축된데다
개도국들의 외교술이 발달해 굳이 로비스트에 의존할 필요성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후진국들이 눈독을 들이는 미국의 대외원조액은 지난 85년도에만 해도
1백88억달러가 책정됐었으나 현재는 1백22억달러로 35%나 감소했다.

로비전문법인인 "블랙 켈리 스크루그스 & 힐레이"의 경우, 80년대 말까지
미국 원조액 할당과 관계있는 로비건이 이 법인의 전체 활동건의 4분의 1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이 비율이 10분의 1로 축소돼 있다.

여기다 아프리카등지의 후진국 외교관들이 최근들어 미국 행정부나 의회
관계자들을 직접 공략하는 일이 부쩍 늘어나면서 로비스트들의 "먹이감"이
더 적어지고 있다.

아프리카국인 가봉과 케냐등은 로비계약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이고 그
빈자리를 자국 외교관들의 활동으로 메운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중국과 대만등도 최근 전속 로비스트의 숫자를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워싱턴에서 로비스트들의 활동 무대가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없다.

주미 외교관들의 숫자가 턱없이 적은 소국이나 대사및 실무책임자들이
교체된지 얼마 되지 않은 대사관은 아직도 로비스트들에게 "외교"를
떠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요즘 클린턴대통령의 대선자금과 관련해 로비스트들이 불법적인
활동을 했는지를 가리는 상원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이를 계기로 워싱턴정가의 로비활동 문제가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으나
정작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은 이미지 실추보다 일감 부족을 더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