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통화위기는 이지역 고도성장경제에 조종을 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태국 필리핀에 이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11일 외환시장의 마감에 임박,
루피화의 하루변동폭을 12%로 기존보다 4%포인트 확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달초 태국이 바트화를 변동환율제로 전환하고 11일 필리핀이 페소화의
변동폭을 확대한데 뒤이은 조치다.

말레이시아와 경제선진국으로 손꼽히는 싱가포르통화에 대해서도 투기적인
조짐이 엿보이는 상황이다.

결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중 외환거래가 웬만큼 자유화된
나라들의 경제는 빠짐없이 이번 통화위기의 표적이 된 셈이다.

국제통화전문가들은 "통화위기에 휘말린 동남아국가들이 경제구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외자유입과 공공투자를 통해 경제를 부양시키는 정부주도적
경제성장구조에 변화가 일 수밖에 없을 것임을 뜻하는 것이다.

도이체방크의 아태부문 수석분석관인 케네드 커티스는 "아시아신흥국들의
통화 위기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아시아를 비롯해 동유럽및 남미에서
최소한 12개국의 통화가 이미 문제를 보이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 국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통화를 미달러에
연계시켜온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만성적인 재정
적자 <>정치불안 <>구조적인 경제불균형 및 <>비효율적인 외자통제를 지적
했다.

또 스겐 크로스비사의 아시아부문 책임자인 닐 새커는 "이들 국가가 무리
하게 고속성장을 추구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앵도수에즈사의 마이클 테일러는 이번 동남아 통화위기가 달러의존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상대적으로 달러에 의존하는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10년, 15년 주기로 오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통화들은 왜곡되게 달러와 연동돼 왔다.

통화가치가 경제상황을 정확히 반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통화는
달러와 연동하면서 고평가돼 왔다.

이같은 왜곡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IMF는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통화
변동폭 확대조치를 해당국가에 강력히 권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무리하게 달러에만 의존하지 않고 엔이나 또다른 선진국통화를 기축
으로 도입하는 점진적인 통화관리방식의 변화를 예고하기도 한다.

테일러는 과거 멕시코 통화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IMF가 5백억달러를 긴급 수혈했음을 지적하면서 "태국과 필리핀의 금융체계
를 존속시키기 위해 엄청난 양의 외자유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는 이번 아시아 통화위기가 주는 또다른 교훈이 금융운영의
효율성 제고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 하는 점이라면서 아시아국 은행들의
카르텔구축 관행이 이제는 깨질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정부에도 결코 "강건너 불구경"일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