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기획에서 색깔을 결정할 때는 파란색 빨간색 검정색 흰색 녹색의
순서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세상사람들이 좋아하는 색깔이 전체적으로 이같은 순서이기 때문이다.

단색으로 만들때도 그렇지만 색깔을 혼합할 때도 원색을 중심으로 하는게
효과적이다.

또 특정국가 사람들의 색깔 선호도는 그 나라 국기나 민족의상에 들어간
색깔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의 지치이와 히데아키 교수가 지난
2년동안 20개국의 미술디자인계 학생 5천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인의
색감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통상 사람의 취향이 십인십색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십인삼색
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즉 색깔에 관한 한 10명중 7명정도는 좋아하는 색깔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청 적 흑색은 선호도에서 상위를 차지했으며 혼합색
보다는 원색을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정보의 국경이동이 활발해지는 시대를 맞아 패션정보도 세계인이
공유하게 됨으로써 색깔선호도에서의 차이도 엷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사를 담당한 지치이와 교수는 "청 적 황색같은 원색은 각국의 전통민속
의상이나 국기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며 "이것이 현대인의 색감에도 반영,
패션이나 인테리어에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각국의 국가대표 축구팀의 유니폼을 봐도 국기에 들어간 색이나 디자인
이 바탕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별로는 백의민족이라고 하는 한국인들이 흰색을 두번째로 좋아하는데
비해 중국인들은 이 색깔을 가장 선호했다.

이밖에 러시아 인도 싱가포르 사람들도 흰색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한국인들의 좋아하는 순위에서는 5위이내에 들어가지도 않은 검정색이
러시아와 싱가포르인들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따뜻함" "화려함" 등 색깔이 갖고 있는 이미지나
"행복을 나타내는 색" "가정을 의미하는 색"같이 색깔의 의미에 대해서도
분석이 이뤄졌다.

역시 공통적인 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서구의 대다수 국가에서 검정색이 단연 우아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꼽힌
점이다.

이에 반해 동양권에서는 검정색이 불길함이나 나쁜 인연을 상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복을 나타내는 색으로는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 조사대상이 된 서구
12개국에서 노란색이 꼽혔다.

청색 감청색 흑색등 차갑고 어두운 계통이 남자의 색으로, 핑크색 빨간색
살색등이 여자의 색으로 상징되고 있는 것도 대부분 국가에서 공통적이었다.

가정은 오랜지색이나 연한 빨간색등 따뜻한 계통의 색으로 표현됐다.

지치이와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보편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난 부분을
색채설계에 활용하게 되면 앞으로 지구인 모두가 쾌적하다고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