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웨딩" 산업이 "소띠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12간지에 따른 운수를 신봉해온 싱가포르 화교들사이에
소띠해의 사업운은 썩 신통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하지만 결혼만큼은 예외다.

소띠해 다음의 호랑이띠해는 예로부터 불길하다고 믿어져 왔다.

호랑이해에 결혼을 하면 이혼수가 따르거나 평생 결혼생활이 편치
않다는 것이다.

결혼을 약속한 커플들은 소띠해(양력 98년 1월 27일까지)가 끝나기
전에 결혼을 해치우려고 서두르고 있다.

소띠해 덕을 톡톡히 보는 것은 호텔업계.웨딩 패키지는 한건만 팔아도
짭짤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그동안 요금이 치솟는 통에 손님이 줄어 고민하던 호텔들로선 반가울
수 밖에 없다.

특급호텔인 오리엔탈 호텔의 웨딩패키지 가격은 5만 싱가포르달러(한화
약 3천1백만원).

여기엔 신부화장과 머리손질, 결혼식 비디오 촬영, 청첩장, 파티용 얼음
조각, 현악 4중주, 첫날밤을 위한 스위트룸 숙박권, 운전기사가 딸린
리무진 서비스등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호화서비스를 고려하더라도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안에 결혼하려는 예비 부부들이 워낙 많다보니 호텔결혼식이
상대적으로 늘고 있는것.

웨스틴 플라자와 웨스틴 스탬퍼드 호텔의 경우 올해 결혼 리셉션 예약이
지난해에 비해 30%나 늘었다.

대형 연회장도 내년초까지 주말예약이 마감된지 오래다.

호텔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웨딩고객을 한사람이라도 더 늘리려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부지런히 벌어둬야 내년에 닥칠 "결혼공황"에 대비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에서다.

홍보실을 줄여가면서까지 연회장을 늘리는가 하면 평일 결혼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갖가지 특별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웨스틴호텔의 경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연회비용의 10%를 할인해주는
한편 30l들이 공짜 맥주 한통도 제공한다.

여기에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의 우아한 식사가 포함된 2박3일간의
스위트룸 숙박 티켓까지 얹어준다.

사실 호랑이해는 그다지 커다란 위기는 못된다.

2000년, 즉 용띠해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용은 12간지중 가장 길하다는 동물.

호텔업계는 따라서 2000년이 올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굉장한 대목이
될 것이라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오리엔탈 호텔의 연회담당 매니저 피터 추는 이렇게 말한다.

"용띠해가 돌아오면 산부인과에 산모들이 폭증합니다.

제왕절개나 유도분만을 해서라도 기어이 용띠 아이를 낳겠다는
집념에서지요.

결혼식이야 말할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