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F가 아시아와 관계를 맺은지도 1백여년이나 됩니다"

독일의 화학대기업인 BASF에서 아시아지역 홍보를 맡고 있는 쿠르트
라이드너부장은 요즘 아시아국 기자들만 보면 이처럼 "오랜 관계"를
강조하는데 여념이 없다.

라이드너부장은 1백여년전에 BASF의 염료가 아시아지역에 수출됐고
2차대전후에는 아시아에 지사가 설립됐다는 사사까지 들먹인다.

지난3일엔 BASF의 아시아지역 본부장(사장급)들이 홍콩의 특급호텔
매리오트(만호주점)에서 아시아 기자들에게 대아시아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이 독일의 종합화학대기업이 투자계획에 대해 아시아지역에서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BASF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약간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풍겨왔던 BASF가 아시아에 대한
투자계획을 상세하게 밝히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 자체가 세계
화학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일본 호주 싱가포르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등 아시아 13개국에서 50여명의 기자들이 매리오트호텔의
대회의장으로 달려왔다.

그동안 지엽적으로 알려진 BASF의 투자프로젝트나 소문등에 대해 아시아
언론에 종합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기자회견이라는 것이
BASF측의 해설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아시아 현지의 언론을 통해 다우 훽스트 엑슨 ICI등
라이벌 기업에 BASF의 대대적인 대아시아 투자가 확고부동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시장선점을 꾀해보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BASF의 투자자금과 화학기술이 아시아로 엄청나게 몰려들어올 전망이다.

라이벌들을 따돌리고 아시아의 화학제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구미
화학대기업들의 입이 벌어질 정도의 초대형 투자가 필요하다.

아시아안에서도 BASF가 중점적으로 투자할 지역은 동아시아 지역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중국이 핵심이다.

위르겐 함브레히트 동아시아담당본부장(사장)은 "향후 5년안에 BASF는
아시아지역에 80억마르크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원화로 환산해 4조원이상을 아시아지역 설비투자에 쏟아붓겠다는
말이다.

이 예상투자액은 BASF가 아시아지역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투자한
45억마르크의 배가 되는 엄청난 규모다.

BASF의 전세계 투자계획분중 4분의 1가량이 아시아지역에 할당된
것이라고 동아시아본부측은 설명했다.

특히 합성수지와 화섬원료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대륙에 거대한
석유화학수직계열단지(콤플렉스)를 건설할 계획이다.

가장 큰 프로젝트로 난징지역에 에틸렌 생산기준 연산 60만t규모의
NCC(나프타분해공장)와 계열 합성수지및 화섬원료공장을 건설한다는 것이
BASF측의 청사진이다.

60억마르크가 들어갈 이 난징콤플렉스 프로젝트는 SINOPEC
(중국석유화공총공사)과 합작으로 추진한다.

오는 2003년께 상업생산을 개시한다는 목표아래 가능한한 빨리 콤플렉스를
세우겠다는 것이 BASF측의 전략이다.

BASF는 또 중국 하이난(해남)섬에 미국의 듀폰과 합작으로 나일론및
나일론중간원료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한국에서는 오는 98년말께 완공을 목표로 울산에 스판덱스섬유원료인
폴리THF 제조공장을 건설중이다.

이와함께 기본원료인 THF공장도 건설해 수직계열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말레이시아에도 BASF의 대형 콤플렉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말레이시아국영석유화학회사인 페트로나스와 합작으로 콴탄지역에 NCC와
계열공장을 갖춘 유화단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인도 일본에서도 기존설비 개보수와 신규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함브레히트본부장에 따르면 BASF는 이같은 아시아 투자계획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확실한 목표를 설정해 놓았다.

아시아내 생산거점에서 나오는 현지제품으로 아시아지역 매출액의 70%를
올리는 국제화가 우선 목표다.

현재 이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BASF는 상하이 명문인 쟈오통대학의 교육시설을 임대해 경영개발센터를
개설했다.

아시아지역의 BASF 임직원들은 여기서 각종 연수를 받을 수 있다.

독일의 종합화학업체인 BASF가 아시아 지역에 21세기 경영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BASF의 이 승부수는 또 아시아내 범용합성수지 최대수출국인 한국의
석유화학공장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 홍콩=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