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 없는 "중국 경제호"는 어디로 갈것인가.

그동안 연 10%를 웃도는 고속성장세를 지속, 2000년대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인가, 아니면 우려되는 정치적 혼란을 이겨내지
못해 좌절할 것인가.

부도옹 등소평이 마침내 쓰러짐에 따라 중국경제의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정치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등의 사망과 그 파문이
중국을 걷잡을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으며 이는 곧
세계 경제의 혼란을 야기시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등의 유지가 계속되더라도 지난 20여년간 지속돼온 개혁 개방시책에서
파생된 부작용을 해소하기위해 어떤 방향으로든 정책수정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의 진로를 주목하게 하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국경제의 장래는 현재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는
어렵다" (정죽원.미국 인디애나 주립대교수, 화교경제학자)는 판단이다.

정교수는 "국민들 또한 시장경제가 후퇴하기를 원치 않는다.

사유화와 시장화 국제화등 3화는 중국경제의 필연적 추세"라고 강조한다.

개혁 개방정책의 기조는 기본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과거 모택동은 정치와 경제가 모두 좌였다면 등소평은 정치는 좌,
경제는 우였고 등이 없는 "신중국"은 정치와 경제가 모두 우가 된다는 것.

단지 정치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개혁 개방의 폭과 속도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예상이다.

등이 사망한 직후 상해와 심천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길게
보면 심각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대중진출 기업들은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고 인식하면서도
당분간 중국투자를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외국기업의 중국투자 건수와 액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부문 이외에 등사망에 따른 중국 내부변화의 가능성이 큰데다
중국 당국이 투기목적의 외국인투자를 엄격히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때문이다.

더욱이 개혁 개방시대에서도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 모든 외자기업이
중국경제에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있었다.

외자기업에 대한 중국측의 시각이 다소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대세인 개혁 개방정책을 지속하기 위해 과거 정책의 "보완에 보완을
거듭할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이때문이다.

78년 이후 무분별하게 유치해왔던 외국인 투자를 앞으로는 핵심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선별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

즉 투기성 (부동산)보다는 생산성 (사회간접시설), 노동집약산업보다는
자본 기술집약산업, 소비재보다는 생산재, 오염분야 보다는 비오염분야에
치중해 업종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다.

또 등을 잃은 중국 집권층은 정신을 차리는대로 외국인투자기업과
관련된 업무, 즉 노무관리와 수출입관리 세수관리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중국당국이 경제분야에서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이는 부문은 권역별
경제정책.

그동안 등에 의해서 주도돼 왔던 개혁 개방정책이 강력한 카리스마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지방분권화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등의 사망은 중국 특유의 지역적 배타성과 결합해 권역별경제권을 보다
구체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지방분권화 추세는 "자연스런 경제적 영토"라는 개념으로 연결돼
중국내 권역별 경제권을 형성해나갈 전망이다.

따라서 한국을 포함한 외국기업들의 관심도 여기에 모아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이 길로 나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윤곽이 잡힌 광동성과 복건성 홍콩 대만을 중심으로 한 화남
경제권의 성장속도는 탄력을 받고 있다.

화남경제권외에 동북경제권 환발해경제권 황하중류경제권 상해경제권
장강중류경제권 장강상류경제권 등이 부상하고 있다.

등사망을 계기로 이들 경제권은 "자연스런 경제적 영토"를 형성,
중앙정부와의 관계보다는 인접경제권과의 관계를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광동성은 등사망과 동시에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은 상태이다.

외자유치에 관한한 중국당국의 태도는 등이 살았을때나 죽었을 때
"동일"하다.

외자를 끌어들여 자국의 경제발전을 꾀한다는 기본 전략에는 변함이
없는 셈이다.

외국인들의 대중 투자액은 90년을 고비로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연간 5백억달러 이상에 달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직접 투자는 건당 투자규모가 커지고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초기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한 제조업 부문의 투자가 주종을
이뤘지만 최근 들어선 도로 항만 통신 석유 전력 전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등이 사망했다고 이런 분야의 투자정책을 바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질을 따져 유치할 뿐이다.

이밖에 중국당국이 예전과는 달리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이는 분야가
개혁 개방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조화시키는 문제.

과거 등의 개혁 개방노선은 중국 경제를 한단계 뛰어오르게 한 것이
사실이다.

구매력 기준으로 할 때 중국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 이은 제3위의
경제대국에 올라 있다.

중국이 이런 성장세를 지속하면 2000년에 농공업총생산액은 80년수준의
4배로 늘어나고 1인당 국민소득도 선진국 수준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 (IMF)은 2010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과 일본을 앞지르는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시점과 등의 사망은 어떤 관계를 가질까.

앞으로 중국당국은 과거의 개혁 개방노선에 따라 발생한 적잖은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인플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당장은 물가가 잡혔지만 과다한
통화팽창이란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있어 고물가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고물가현상이 수요와 공급 양쪽에 기인하고 있어서
등사망 이후에도 개선이 그만큼 어렵다고 분석한다.

공급측면에선 생산재와 원자재의 통제가격 철폐로 생산비용이 상승한데다
농산물가격 자율화 부가가치세도입 인민폐평가절하 등으로 제품가격의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수요측면에선 수요자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소비가 급격히 늘고 고정자산
투자가 급팽창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국영기업 개혁에도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 개방경제를 중단없이 끌고가기 위해선 이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체 노동력의 40%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국영기업, 이중 절반
가량이 극심한 경영난에 부딪쳐 있다.

국영기업문제 또한 등시대와는 다른 메스가 가해질 것이 분명하다.

실업사태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억5천만~2억2천만명선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농촌의 잉여노동력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순조로운 이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들의 도시유입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영기업은 이미 2천만명 이상의 잠재실업자를 안고 있어 신규 노동력을
흡수할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도시지역의 공식 실업률은 현재 2.9%에 불과하나 잠재실업자를 감안하면
15~16% 수준을 육박하고 있다.

이들 실업자가 사회불안세력으로 등장하기전에 대책을 세워 나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등소평 없는 중국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해 나갈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지 못하면 89년 천안문사태와 같은
뜻밖의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등과 같은 걸출한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정치구조의 변화는 경제환경의 변화를 수반한다.

역으로 경제상황은 정치 문화의 상부구조를 뒤바꿀수 있다.

강택민 주석을 정점으로 한 현재의 집단지도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등이 없는 중국의 경제, 나아가 중국의 미래는 일단 강주석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의 상황돌파능력에 달려 있다.

경제문제에 관한 한 현지도층의 시각차이는 개혁 개방의 속도에 있을뿐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권력의 축이 옮겨지더라도 기존의 경제운용 전략엔
급격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18년동안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려온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을 끌어
내릴 수 없는데다 현재의 개방물결을 과거로 되돌릴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과 같은 카리스마의 지원을 받지못한 강주석이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지도층이 급격한 권력투쟁에 휘말릴 경우 중국은 전국적인 소요에
직면할수 있다.

그에 따른 군부의 등장과 또다른 좌경화 바람으로 인해 등의 개혁
개방노선이 후퇴 또는 포기될 여지도 없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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