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인사담당자가 취업희망자를 면접하다 보면 어느새 취업희망자가
회사를 면접하는 양상이 되고 만다"

다국적 택배업체인 TNT 익스프레스 월드와이드의 싱가포르 현지법인에서
인사를 맡고 있는 다니엘 오우 이사는 사원 채용의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
한다.

노동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면접 하러 온 사람이 회사측
면접자에게 "일은 따분하지 않느냐" "인근에 쇼핑센터가 있느냐" "토요일
에는 쉬느냐"는 식의 질문을 퍼붓는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만성적인 노동 공급 부족
때문이다.

지난해말 싱가포르의 실업률은 2.6%로 10%를 상회하는 유럽 선진국은 물론
5.4%인 미국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

수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감안하면 실제의 실업률은 마이너스일 것이라
는 얘기도 있다.

태국이나 홍콩에서도 노동 공급은 부족하다.

근로자들의 요구사항이 많아 경영자들이 고민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싱가포르보다는 나은 편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실업률 수준이 자연실업률(구조적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
장기균형 상태의 실업률)이하로 떨어져 있는 셈이다.

노동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임금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은 특히 택배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종에서 심하다.

노동 공급 부족은 임금을 올려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생활이 풍요해지면서 돈보다는 여가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의 요구사항이 많아지면서 이직률도 높아졌다.

택배업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업종의 경영자들은 사원들의 이직문제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TNT에서는 93년중 배달원의 이직률이 88%에 달했다.

이직이 많으면 그만큼 사원교육이 위축되고 교육비가 증가하게 마련이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나빠질 우려가 높다.

동종업계 경영자들이 만나 "경쟁사 사원 빼가기"를 자제하자고 약속해도
소용이 없다.

이에 싱가포르 서비스업체 경영자들은 "고객만족"에 앞서 "사원만족"에
신경을 쓰고 있다.

TNT의 경우 배달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이들에 대한 연수를 인근
말레이시아의 휴양지에서 실시하고 있다.

사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임금을 올려주고 보너스를 두둑히 안겨줌은
물론이다.

기업인들은 근로자들의 기대가 너무 부풀어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이 "거품"을 제거하지 않는한 경쟁력을 강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