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시한을 3일 앞두고 있는 미국과 일본간의 포괄경제협상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은 지금 앞으로 남은 3일간 모종의 타협점을 이끌어 내느냐 아니면
경제전쟁의 파국을 맞이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협상시한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부터 정부 관리들을 일본에
급파,자동차부문을 시작으로 보험등 기타 부문에 대한 실무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하고 7일부터 일본측 대표단을 워싱턴으로 불러들여 최종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측은 지난달 초부터 한 달 가까이 계속된 도쿄 원정협상에서 양국의
입장이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했을 뿐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자동차나,보험,정부조달등 세부사항에서 수치목표 설정에 대한 미국측의
요구는 일본측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고 미국측이 낙관하고 있던 감세를
포함한 일본의 경기부양책마져 복지세 도입을 둘러싸고 공표 직전에
좌초되고 말았다.

지난 4일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는 하타 쓰토무(우전자)일외상과의 담판
직후 양국간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고 밝혔다.

미국이 수치를 통한 관리무역 방식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이 방법이
아니고서는 연간 5백억달러를 넘어서는대일무역적자를 해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 엔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의 평가절하로 수출여건이 상당폭
개선됐지만 올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폭은 오히려 6백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대해 일본측은 유독 미국에게만 수치설정을 통해 수입물량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본정부는 현재 겉으로는 일본의 경제상황이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를 양보할 수 있을만큼 양호하지 않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듯하다.

미국측은 그동안 협상의 유리한 타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왔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양국간 정상회담이 연기될 수 도 있다는 단호한
입장을 언론에 흘리는가 하면 슈퍼301조를 통한 보복위협을 내비치기도
했다.

양측은 모두 협상시한까지 어떠한 타협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미키 캔터 무역대표는 "어정쩡한 타협은 안하는 것만 못하다"라는
견해를 여러차례 표명한 바 있으며 일본관리들은 미국측이 요구하는 수치
설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관계가 마찰의 단계를 넘어 무역전쟁의 양상으로까지 치달을
경우 세계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양측
모두 이해하고 있어 이 지경까지 가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지배적이다.

작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도 미국은 "전부가 아니면 무"라는
입장을 입버릇처럼 되뇌었지만 결과는 유럽측의 요구를 수용한 부문타결
이었음을 상기해 볼만 하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시되는 시나리오는 양측이 한 발 짝씩 물러서 목표
수치를 설정하되 이 수치가 강제조항은 아니며 일본이 이 수치달성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정도로 타협하는 것이다.

미국측은 이를 통해 일본의 체면을 어느정도 살려주면서 그동안 고수해온
"목표설정"의 목적을 달성 할 수 있다. 또한 목표수치를 추후 협상을
통해점차 높여 나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놓음으로써 국내업계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자동차업계는 캔터 대표가 일본을 방문하는 때를 즈음해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의 연간 대일 자동차수출대수는 현재의 1만5천대 수준에서
10만대로 증가해야할 것이라고 주장,정부측에 압력을 넣어 왔다.

일본측 또한 이같은 타협안으로 경제적인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했다는 명분을 확보,추후 협상에 대비할 수 있다.

<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