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선진자본주의기업들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떠올랐다.

미클린턴행정부가 4일 베트남에 대한 엠바고(금수조치)해제를 공식발표함
으로써, 베트남시장으로 가는 장벽은 완전히 제거됐다. 이제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던 외국기업들의 진출은 줄을 이을 것이 분명하다. 사실상 미국
의 엠바고해제를 바라고 전쟁실종자(MIA)처리문제등에서 유화적인 제스처
를 취해온 베트남정부도 경제성장을 위해 외자도입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86년에 시작된 도이모이(쇄신)정책이후 외국기업들은 알게 모르게 베트남
투자를 늘려 엠바고해제이후의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해왔다. 지난 연말까지
외국투자(국가협력투자위원회인가기준)는 74억6천만달러였다. 투자건수로는
8백63건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28개국.지역에서 3백44개회사가
주재원사무소를 개설해 놓고 있다.

베트남투자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대만이다. 미국과 정식국교를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엠바고에 영향받을 필요가 없었다. 90년이후 대만의 베트남
투자는 러시를 보여 지난 연말까지 12억달러를 넘어섰다. 대만의 뒤를 잇고
있는 나라가 홍콩(약9억달러), 호주(7억달러), 프랑스(6억달러), 일본(5억
달러) 등이다.

자국정부의 금수조치로 인해 베트남진출에서 상대적으로 밀렸던 미기업들
은 정부에 금수조치해제를 강력히 요청해왔다. 클린턴정부의 이번 결정은
자국기업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베트남진출의 물꼬를 터주기 위한 조치이다.
이미 92년11월 부시 전미국대통령이 경제제재완화조치를 취함으로써 지난해
초이후 대기업은 주재원사무소들을 잇달아 개설해왔다. 93년 한해에만
베트남정부의 인가를 받아 진출한 미기업은 34개사에 달하고 있다.

미정부의 엠바고기간중에도 베트남진출대열에 가담한 회사들을 보면 세계
유수기업들이 이미 베트남시장에 줄을 대놓고 있음을 더욱 분명히 알수있다.

발빠른 행보를 보인 주요미국회사는 시티뱅크(금융), 뱅크오브아메리카
(금융), 캐터필러(건설장비), 필립모리스(담배), IBM, 제너럴일렉트릭(종합
전기), 펩시콜라(음료) 등이다. 미최대은행인 시티뱅크는 하노이에 이어
최근 호치민시에도 사무소개설허가를 받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사무소
개설을 인가받은 상태이다.

펩시콜라는 현지업체와 합작으로 콜라와 세븐업을 독점생산 판매하는 계약
을 체결했으며 GE도 하노이에 사무실개설을 서두르고 있다. 컴퓨터업체인
유니시스사, 자동차회사인 GM과 크라이슬러등이 합작회사를 신청해 놓고
있으며, 항공업체인 델타 유나이티드 노스웨스트등이 베트남노선취항을
추진중에 있다.

베트남인근해역의 유전을 차지하기 위한 석유메이저들의 발길도 이어져,
브리티시피트롤리엄(BP), 로열더치셸, 토탈(프랑스), 페트로피나(벨기에)
등이 생산분할계약을 맺고있다. 지난 1일 닛쇼이와이중심의 국제컨소시엄에
낙찰된 것으로 전해진 유전개발사업(블루드래곤지역:호치민시북동쪽해상)에
옵저버로 참가한 미국모빌사는 이번 해제조치로 정식계약업체가 될 것이
유력하다.

일본의 베트남투자는 액수에서는 5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51개의 가장 많은
주재원사무소를 개설해왔다. 지난해 베트남에 진출한 주요일본기업은
하세베건설(아파트건설), 히타치조선(선박해체사업), 긴데츠익스프레스
(화물운송), 도요타자동차(서비스공장), 일본전기(통신) 등이다.

유럽쪽에서는 알카텔(프랑스), 지멘스(독일)등이 통신분야에서, BMW,
메르세데스벤츠등이 자동차분야에서 베트남사업확대를 노리고 있다.

각국기업들이 사무소개설이나 소규모의 합작사업을 벌이곤 있지만 베트남
은 아직 불모지이며, 외국의 투자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베트남정부는 투자촉진법등을 완화해 올해 15억달러, 내년부터 10년간
1백40억달러의 외국투자를 끌어들이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를 통해 연평균
경제성장율은 8%이상으로 가속화시키겠다는 것이 베트남의 목표이다.

<박재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