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동경하던 우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티샷을 해야한다면? 영광스럽기도 하겠지만 심리적 압박에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 멘탈게임이라는 골프라면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누비는 월드클래스 골퍼들도 예외는 아닌듯 하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CC에서 열리는 2022 GPA 챔피언십을 앞두고 로버트 매킨타이어(25·스코틀랜드)가 아찔했던 기억을 털어놨다. 지난달 조지아주 오거스타GC에서 열린 마스터스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와 함께 필드에 섰던 것이다.

매킨타이어는 이날 영국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매킨타이어는 11번홀 티샷을 나무 아래로 보냈다. 언플레이어블 볼이 되면서 다시 티샷에 나선 그의 눈에 우즈가 들어왔다. 매킨타이어의 다음조였던 우즈가 직전 홀을 끝내고 11번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매킨타이어 역시 '타이거 키즈'였다.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티샷을 해야하니 몸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더선에 "나는 (티박스)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 그(우즈)가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우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티샷을 하기 위해 그는 치열하게 멘탈을 가다듬어야 했다. 매킨타이어는 "티박스에 다시 섰을 때 나는 우즈나 그의 플레이 파트너인 케빈 킨스너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냥 (우즈도) 다른 한 사람일 뿐이라고 여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두번째 티샷은 페어웨이에 잘 자리잡았다.

우즈에 갤러리들의 압도적인 지지도 다른 선수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다. 매킨타이어는 "퍼팅 그린에서 연습을 하던 중 갑자기 사방에서 함성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우즈가 연습장에 나타나면서 수많은 갤러리가 몰려들어 생긴 소리였다.

극도의 긴장을 느끼긴 했지만 우상과 같은 대회에 선 것만으로도 '타이거 키즈'에게는 영광이었다고 한다. 그는 "우즈는 내가 경외하고 있는 유일한 골퍼다. 오거스타에서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PGA 챔피언십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적잖이 나올 전망이다. 우즈는 마스터스에 이어 이번 대회에 나섰다. 지난 16일 열린 연습라운드에서는 우즈를 보기 위해 몰려든 갤러리로 서던힐스CC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우즈는 2007년 이곳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바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