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거포’ 김아림(25)의 거침없는 티샷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장타자들의 콧대를 꺾었다. 11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GC 잭래빗코스(파71·6558야드)에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김아림의 티샷은 ‘토마호크 미사일’처럼 먼 거리를 날아 목표 지점을 공략했다. ‘신형 드라이버’로 무장한 김아림은 US여자오픈 첫 출전 우승이라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머리말을 멋들어지게 써냈다.

토종 장타 매운맛 보여준 김아림

김아림은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단독 선두에 오른 에이미 올슨(28·미국)에 1타 뒤진 공동 2위다. LPGA투어 장타자 3인방이 부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LPGA투어 드라이브 비거리 1~3위인 비앙카 파그단가난(23·필리핀), 아너 판 담(25·네덜란드), 마리아 파시(22·멕시코)는 모두 오버파를 적어내 당장 커트 통과를 목표로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파그단가난이 1오버파 공동 37위, 판 담은 2오버파 공동 55위다. 파시는 12오버파를 쳐 최하위권으로 처지며 커트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아림이 기록한 최장타는 295.1야드. 출전 선수 전체 156명을 통틀어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김아림은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59.5야드를 기록해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김아림은 올 시즌 초반 연달아 커트 탈락 하는 등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장타를 가다듬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했기 때문. 시행착오 끝에 찾은 답은 드라이버 교체다. 10월 중순 드라이버를 핑의 G425로 바꾼 뒤 출전한 6개 대회에서 김아림은 네 차례나 ‘톱10’에 들었다. 김아림의 측근은 “미국 코스가 한국보다 페어웨이가 넓다 보니 지를 땐 과감하게 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아림은 장타만큼이나 섬세한 퍼팅 능력을 선보였다. 이날 그가 기록한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는 1.55타로 전체 3위에 달했다. 김아림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며 “출발이 좋아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고, 공을 그린 가까이에 붙여서 마무리를 잘했다”고 했다. 김아림은 우승하면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1956년), 김주연(39·2005년), 전인지(26·2015년)에 이어 첫 출전에 US여자오픈을 제패한 다섯 번째 선수가 된다.

‘행운 부적’ 신발에 새긴 성유진 홀인원

성유진(20)은 US여자오픈 데뷔전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이날 열린 대회 4번홀(파3·169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그대로 홀 안에 빨려 들어갔다. US여자오픈 통산 29번째 홀인원이다.

'국산 대포' 화력 뽐낸 김아림, '295야드 뻥뻥'…美서 통했다
세계랭킹 154위인 성유진은 대기 순번에 있다가 앞선 순번 선수들의 불참 선언으로 행운의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골프화에 홀인원 문구를 새겼던 그의 바람이 신기하게 이뤄진 셈. 성유진은 “홀인원을 하자마자 신발에 있는 문구를 가리키며 펄쩍펄쩍 뛰었다”며 “다음에는 골프화에 ‘챔피언’을 새기고 나가야겠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2017년 이 대회에서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박성현(27)과 최혜진(21)이 공동 12위에서 선두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 대회 3승에 도전하는 박인비(32)는 버디 5개와 보기 5개를 묶어 이븐파 71타를 적어내 공동 24위에 올랐다.

김세영(27)은 유소연(30) 전미정(38) 신지은(28) 유해란(19) 안나린(24) 등과 함께 1오버파 72타 공동 37위를 달렸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 ‘디펜딩 챔피언’ 이정은(24)은 2오버파 73타를 쳐 공동 55위에 자리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