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재해석 (12)] 바르게 서는 게  골프 실력의 절반
지난 칼럼에 이어 다시 셋업에 대한 이야기다. 셋업의 1차적인 과제는 공과 나와의 관계 설정이라 했다. 그리고 공과의 관계 설정이란 ‘눈 감고도 칠 수 있는 공 위치의 발견’이라고 정리했다. 셋업의 2차적인 과제는 무엇일까. 목표와의 관계 설정이다. 목표와 공과 내 몸의 멋진 정렬이 좋은 셋업이란 얘기다.

[김헌의 골프 재해석 (12)] 바르게 서는 게  골프 실력의 절반
서는 것이 골프의 반이라 했다. 하지만 제자들과 함께 필드 골프장을 가 보면 목표를 향해 잘 선다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대부분은 목표의 오른쪽을 향해 선다. 레슨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가르치다가 화를 낼 정도였다. 많은 사람이 연습장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필드에만 나오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선다. 왜 그럴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연습의 오류, 레슨의 오류다. 목표를 향해 서는 연습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게 우선 문제다. 연습장에는 셋업에 필요한 가이드 선이 많다. 타석의 매트 가장자리도 안내 선이 되고 타석의 선들도 방향을 잡아주는 기준이 된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타석에 들어서서 로봇처럼 공을 쳐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서서 어디로 치겠다는 의지 없이 그저 내 폼이 옳은가 그른가만을 생각하며 휘둘러대고 있다. 방향을 조금만 틀어도 어색해서 공을 잘 치지 못한다.

게다가 사람들은 대부분 시편차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시편차는 필드에서 잘못 서는 문제를 해석하기 위해 필자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뒤에서 목표를 향해 클럽을 놓아본다. 그리고 뒤로 물러서서 확인해 본다. 틀리면 정렬이 되도록 다시 조정한다. 잘 정렬됐다는 확신이 들면 샤프트를 앞에 두고 들어가서 셋업을 한다. 그리고 샤프트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서서히 시선을 따라가 본다. 어디를 보고 있는 것 같은가? 이렇게 물어보면 대부분 목표보다 훨씬 왼쪽을 향해 샤프트가 놓였다고 느낀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90%의 사람이 왼쪽을 향해 서 있는 듯하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바로 시편차다.

실제로 해보라. 깜짝 놀랄 만큼의 편차가 존재한다. 심지어 퍼팅할 때도 시편차는 존재한다. 그런 시편차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필드에서 목표를 향해 잘 섰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치면 왼쪽으로 확 갈 것 같은 불안한 느낌으로 샷을 하게 될 것이고, 자기 느낌에 맞게 섰다면 좋은 샷을 치고도 오른쪽을 향해 멋지게 날아가는 공을 보게 될 것이다.

시편차는 수용하고 인정해야 할 감각의 오류다. 연습을 통해 그 점을 눈에, 몸에 납득시켜야 한다. “아! 나는 7번 아이언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잘 서면 5m 정도 왼쪽을 보고 선 느낌이구나!”라고 말이다.

그런데 애초부터 연습장에서 목표를 늘 새롭게 하면서 다양한 목표를 향해 샷을 연습한 사람이라면 연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편차는 극복됐을 것이다. 오히려 목표를 무시하고 몸 동작만 연구한 경우라면 시편차는 더욱 심한 병증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크다. 좋은 스윙만 가르치면 필드에서 무조건 잘 칠 것이라 믿는 순진한 프로들의 직무유기로부터 기인한 결과다. 목표 방향으로 바르게 서는 것, 잘 서는 능력이 골프의 기본이다.

김헌 < 마음골프학교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