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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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모른다던 명품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케링 등 글로벌 명품기업이 최근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여기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 수익률도 꺾였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동반 침체에 빠진 만큼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럭셔리 펀드 수익률 부진

3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럭셔리펀드 46곳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3.40%로 집계됐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럭셔리S&P’ 상장지수펀드(ETF)의 1개월 수익률은 -3.62%였다. 이 펀드는 리치몬트그룹(까르띠에·몽블랑), LVMH, 에르메스, 메르세데스벤츠, 케링(구찌·보테가베네타) 등의 주식을 담고 있다.

명품을 테마로 한 공모형 펀드 수익률도 부진했다. IBK자산운용의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은 한 달간 4.56% 손실을 냈다. 이 상품은 나이키, 에스티로더, 페라리, 시세이도 등을 편입하고 있다.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도 같은 기간 3.69% 떨어졌다.

럭셔리 펀드는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 등에 힘입어 3년 평균 수익률이 18.19%에 달할 정도로 꾸준히 수익을 냈지만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럭셔리 펀드의 수익률 악화는 최대 명품 시장인 미국이 침체에 빠진 영향이 크다. LVMH는 2분기 미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 떨어졌다는 소식에 당일 주가가 4% 하락했다. 리치몬트도 미국 지역의 실적 부진을 발표한 날 10% 넘게 급락했다. 케링은 2분기 미국 매출 감소율이 23%에 달했다.
"美·中 지갑 닫히고 있다"…럭셔리 펀드의 눈물
세계 2위 명품시장으로 부상한 중국도 상황이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부동산발(發) 경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전망이 어두워졌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중앙정부의 부채 확대 여력이 있기 때문에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적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여파로 LVMH 주가는 최근 한 달간 3.70% 빠졌다. 케링은 6.06%, 에스티로더는 11.73% 하락했다.

명품기업 주가, 다운사이클 진입

미국의 소비 트렌드가 공연, 숙박, 스포츠 등 체험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명품기업엔 악재다. 미국 소비자들이 사치성 상품 구매를 줄여 명품기업 매출 감소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전문가들은 명품 시장이 단기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명품기업 주가가 본격적인 다운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명품업체들의 성장률이 꺾인 것은 맞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다운사이클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다”며 “럭셔리 내에서도 실적에 따라 차별화된 주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