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올해 수익률 30~40%를 기록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주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익률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반도체 ETF로 자금을 옮기는 분위기다.

‘실적 한파’라더니 수익률 30%

반도체 투자, 삼전보다 글로벌 ETF가 낫네
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4개 반도체 ETF의 올해 평균 수익률(5일 기준)은 28.7%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SOLACTIVE’의 수익률이 43.7%로 가장 높았고 ‘KODEX 미국반도체MV(38%)’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36%)’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엔비디아, TSMC, ASML 등 글로벌 대표 반도체 기업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동시 투자한다. 여러 글로벌 반도체 ETF가 추종하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도 올 들어 21.9% 상승했다.

실적 시즌을 앞두고 반도체 업계에 한파가 예고돼 있지만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챗 GPT 열풍으로 시작된 AI 투자 기대와 업황 회복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고 분석했다

세계 3위 D램 업체 마이크론의 추가 감산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 매출은 바닥을 쳤고 3분기(3~5월)엔 증가할 것”이라며 “D램 재고도 연말엔 상대적으로 건전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에 투자하는 ETF 인기

많은 국내 개인투자자가 사들이는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률은 글로벌 반도체 ETF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1600원(2.50%) 하락한 6만2300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상승률은 12.7%로 글로벌 반도체 ETF의 절반도 안 된다. SK하이닉스도 11.7% 오르는 데 그쳤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3부장은 “반도체 시장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비메모리 부문이 먼저 회복되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은 메모리 시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상승폭이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는 여전히 재고가 많이 쌓여 있고 경기침체로 스마트폰과 PC 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반등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자 개인투자자들도 삼성전자를 팔고 글로벌 반도체 ETF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5일 상장한 ‘TIGER TSMC밸류체인FACTSET’는 하루 거래대금 총 115억원으로, 올해 신규 상장 주식형 ETF 중 유일하게 상장 당일 거래대금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중 15억원어치를 개인이 순매수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