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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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동아엘텍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확대에 힘입어 올해 3분기 ‘깜짝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27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봤다. 342억원의 외화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환율 1200원에 계약했는데 1400원 넘어…파생상품 손실로 올해 이익 다 까먹을 판"
SK하이닉스에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납품하는 테크윙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33억원의 외화 파생상품 손실을 봤다. 작년 전체 순이익(171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이로 인해 지난 3분기 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급락)하자 외화 파생상품으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보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중소형 상장사는 한 해 이익 전부를 외화 파생상품 손실로 날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수주 잔액의 50%가량을 통화선도 등 파생상품 계약으로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판매 대금이 들어오는 시점에 환율이 변동돼 계약 당시 예상한 실적이 바뀌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환율이 급변하면 파생상품 거래로 손실을 보게 된다. 가령 6개월 뒤 달러당 1000원에 매도하는 통화선도 계약을 체결했는데, 만기 시점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르면 달러당 200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외환 파생상품 관련 손실을 본 상장사들은 달러당 1200원 안팎 환율에서 통화선도 계약을 한 경우가 많았다. 테크윙은 지난 10월 31일을 만기로 달러당 1131~1266원에 3730만달러(약 500억원)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유통을 담당하는 에스에이엠티는 9~10월을 만기로 8913만달러(약 1200억원)를 달러당 1195~1300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올 3분기 1400원을 넘어서면서 이들 업체는 수백억원의 파생상품 손실을 봤다. 최근 환율이 달러당 1330원대로 하락했지만 추가 손실이 나지 않으려면 1200원대로 떨어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만기를 앞둔 상장사들의 통화 매도 계약이 달러당 1200원대에 체결된 경우가 많아서다.

손실을 본 기업들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업황 침체에 파생상품 손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외화 파생상품 손실 공시를 낸 21곳 가운데 10곳이 두 업종에 속한 중소형 상장사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에스에프에이는 환율 상승으로 3분기 영업이익률(13.2%)이 전 분기 대비 4.2%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690억원 규모의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하면서 3분기 순이익이 2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도 외화 파생상품으로 큰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은 통화선도 계약 금액이 12조6225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2717건의 통화선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1조1677억원의 외화 파생상품 손실을 봤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