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서울 서초구 양재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현대차·기아 서울 서초구 양재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현대차가 올 3분기 분기 시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증권가에선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춰 잡았다. 대규모 리콜 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당초 전망치를 밑돈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둔화가 전망된다는 판단에서다.

25일 현대차는 전일 대비 1000원(0.62%) 오른 16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장초반 주가는 16만원으로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후 보합세를 띄다가 소폭 상승으로 마감했다.

전날 현대차의 실적 발표 직후 총 11곳의 증권사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30만→26만원), 신한투자증권(26만→22만원), 미래에셋증권(25만→22만원), 메리츠증권(23만→21만원), 키움증권(24만→21만원), KB증권(24만→22만원), DB금융투자(25만→22만원) 등이다.

현대차는 전날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7조7054억원, 영업이익 1조551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0.6%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5.1% 감소한 1조411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증가는 환율 효과와 판매량 증가에 기인했다. 올 3분기 현대차 판매량은 총 102만500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 증가했다.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의 판매가 이뤄지면서 매출액 상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역대급 매출에도 영업이익이 뒷걸음친 건 1조3602억원에 달하는 '세타2 GDi' 엔진 리콜에 대비한 충당금을 3분기 실적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품질 비용이 없었더라도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분기 말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 제네시스 비중 하락, 금융부문 이익률 하락 등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부문의 부진도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이후 5000억~6000억원 수준을 유지하던 금융 부문 영업이익은 3800억원으로 축소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비롯한 이같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에 현대차는 올 1월 초 제시했던 연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는 올해 연간 도매 판매 목표를 기존 432만대에서 401만대로 내렸다.
서울 시내 한 현대차 대리점. 사진=김범준 기자
서울 시내 한 현대차 대리점. 사진=김범준 기자
증권가는 올 4분기 전년 대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면서도 내년에도 영업환경이 쉽지 않다고전망했다. 반도체난이 해소되면서 판매량은 늘겠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부진이 예상돼서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자동차 업체들의 조달금리 상승은 소비자들의 할부·리스 비용 증가 요인이자 수요 감소의 근거"라고 말했다.

수요는 위축되지만 판매량이 늘면서 업체들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완화에 따른 경쟁 상승으로 인센티브 역시 올해 대비 14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실적은 높아진 시장추정치(10조5652억원)을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신차 사이클이 약세 구간에 진입함에 따라 주요 지역 내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단 전망도 있다.

미국 반도체 감축법안(IRA)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여전하다. 현대차는 이에 대응해 현지에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서강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전날 "배터리 등 전기차 핵심 부품 조달을 위해 현지에 합작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라며 "배터리 공급망의 경우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로 공급망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이같은 악재가 모두 반영된 것이란 게 증권가 진단이다. 현대차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환율 수혜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20만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이날 종가 기준 주가는 16만원선으로 내려왔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새 주가는 16% 빠졌다. 이 기간 코스피가 4.17% 하락한 것보다 낙폭이 컸다.

계속되는 주가 하락에 포털 등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선 '매출만 좋으면 뭐하나. 주가는 X차반인데', '곧 16만원도 깨지겠다', '17만원도 물린 거냐', '매출 좋아도 내리고 매출 안 좋아도 내리고' 등의 반응이 나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