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탐구

기관, 물적분할 필요성 납득…'재상장 불가'에 무게
K-방산 모멘텀 여전…낮은 밸류에이션·강달러도 긍정적
[마켓PRO]물적분할로 폭락한 풍산…기관이 그래도 매수한 이유
최근 풍산이 방산부문의 물적분할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분노가 거셉니다. 방산주 리레이팅으로 한참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 발표된 물적분할이라 분노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분할된 신설회사가 비상장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가 주목하는 풍산의 투자 포인트를 짚어봤습니다.

○물적분할에도 풍산 사는 기관…재상장은 없다?

풍산은 지난 7일 방산사업을 물적분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신설법인 '풍산디펜스(가칭)'가 12월 공식 출범할 예정입니다. 다만 풍산은 향후 풍산디펜스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8일) 시장에서 풍산의 주가는 6.4% 내려 장을 마감했습니다. 과거 여러 회사들이 알짜배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물적분할한 회사를 다시 상장시키는 방식을 택했던 게 투자자들의 트라우마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알짜배기 사업을 보고 투자했는데, 정작 알짜배기 사업은 똑 떨어져 나가버려 해당 사업의 주식은 소유할 수 없게됐으니까요.
[마켓PRO]물적분할로 폭락한 풍산…기관이 그래도 매수한 이유
하지만 8일 풍산의 주가가 급락했을 때 기관투자자들은 시장에서 풍산 주식을 6만5900주(18억6800만원) 순매수했습니다. 물적분할에도 불구하고 풍산에 투자 포인트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은 풍산의 물적분할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회사측 입장을 납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풍산에 투자 중인 한 기관투자자는 "워낙 방산부문이 보안이 중요하다 보니 풍산 측이 물적분할 후 (방산부문)비상장화를 계속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은 방산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가 본격적으로 실적이 찍히기 시작한 지금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관건은 풍산이 정말 약속한 대로 방산부문의 비상장 상태를 유지시킬지 여부입니다. 비상장상태가 유지된다면 풍산디펜스를 간접투자하는 상황은 바뀌지 않겠지만 방산분야의 가치는 오롯이 풍산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은 풍산디펜스가 약속 대로 신설법인 정관에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는 상장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으면 비상장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별결의는 주주총회 참석자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풍산홀딩스가 들고있는 풍산의 지분은 38%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물적분할에 민감한 국민여론을 감안하면 국민연금(9%)을 비롯해 여타 주주들의 찬성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겁니다.

현재 풍산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회사분할계약서에 따르면 풍산디펜스 정관 11조에 "회사가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또는 이와 유사한 국내외 증권시장에 주권을 상장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단독주주인 주식회사 풍산의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K-방산 모멘텀에 밸류에이션도 저렴

[마켓PRO]물적분할로 폭락한 풍산…기관이 그래도 매수한 이유
비상장 유지를 전제로 하면 풍산 투자는 고려해 볼 만 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단 K-방산 모멘텀이 향후 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높습니다. 특히 풍산의 경우 국내에서 유통되는 탄약의 대부분(위 사진)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과거 해외 국가들은 러시아제 탄약을 많이 썼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제 탄약 수입을 꺼리고 있습니다. 거의 소진돼 가는 러시아제 탄약의 빈자리를 풍산의 탄약이 메워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수출 비중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도 호재입니다.

밸류에이션이 싸다는 점도 긍정적인 포인트로 꼽힙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개월 포워드 기준으로 풍산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에 불과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18배)나 한국항공우주(31배)에 비해 매우 저렴한 수준입니다. 시장에선 물적분할로 인한 시장의 실망을 풍산이 설득력 있게 달랠 수 있다면 이같은 투자 포인트가 다시 한 번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풍산 프로필(9월8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2만8500원
PER(12개월 포워드): 5.04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2521억원
적정주가: 4만5364원(3개월전)→3만6625원(현재)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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