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치명적 실수가 만들어낸 참극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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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대응, 연착륙 다 틀려" 전직 동료까지 파월에 직격탄
4월 CPI 통해 '인플레 정점' 확인하나 주목 / 미 증시 주간전망
4월 CPI 통해 '인플레 정점' 확인하나 주목 / 미 증시 주간전망
그런 의미에서 시간을 9개월 전으로 되돌려 보겠습니다. 당시 미 중앙은행(Fed)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했을까요.
당시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파월은 틀렸습니다. 금리인상은 너무 늦었고 본인의 오판을 만회하기 위해 뒤늦게 과속을 하고 있습니다. 파월의 말과 달리 긴축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불신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 핑계가 있을 수 있어도 프로는 결과로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과로 평가받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세계 경제 대통령의 숙명입니다.
그렇다면 파월이 오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파월 의장의 18번 중 하나인 '데이터에 기반한'(data dependent) 결정 과정이 어디선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선 전직 Fed 인사들까지 이런 경고음을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CPI와 PCE 중 무엇이 옳은가
파월의 오판을 불러 일으킨 데이터 중 하나가 물가 지표입니다. '신속함'의 대명사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정확함'을 자랑하는 개인소비지출(PCE)이 양대 물가지표입니다.
이에 비해 PCE는 육중해 느린 선수입니다. 도시 뿐 아니라 농어촌 지역을 포함하고, 개인을 넘어 비영리단체, 기업의 의료보험 지출, 정부의 구매대행까지 망라합니다. 범위가 넓어 정확할 수 있지만 속도가 느립니다.
Fed는 신속한 CPI보다 정확한 PCE를 신봉합니다. 하지만 속도가 주요한 물가급등기엔 잘못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Fed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근원 PCE엔 에너지와 식료품이 빠져 있습니다. 현재의 '푸틴발 인플레이션'과 '시진핑발 인플레이션'이 담겨있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피터 아일랜드 보스턴칼리지 교수는 "Fed가 2020년 도입한 평균 인플레이션목표제 하에서 얼마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언제까지 용인할 지 불명확했던 게 지난해 Fed가 인플레이션에 늦게 대응한 이유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평균 인플레 목표제는 평균 2% 물가 상승을 목표로 해서 결과적으로 일정 기간 2% 물가 상승도 용인해 지난해 Fed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늦어졌다는 설명입니다.
CPI 보고 '인플레 정점' 확신할 수 있나
물가 급등기에 현실을 더 잘 설명하고 있는 CPI 4월 수치는 오는 11일 발표됩니다.관심은 물가상승률이 정점에 도달한 게 맞느냐는 '인플레 피크아웃론'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일시적이냐 추세적이냐는 것입니다. 1분기 정점론이 맞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누그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상승세가 주춤한 것이지 물가상승률이 확 내려가거나 인플레이션이 끝난 게 아닙니다.
또한 한 번의 데이터를 보고 모든 걸 판단하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도 "한 달은 너무 짧고 근원 인플레이션이 두 달 정도 조금 낮아졌지만 그것으로 안심할 수 없다"며 "인플레이션이 실제 통제되면 다시 25bp 인상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응답하라 1994' 외치는 파월...'준(準) 소프트랜딩'이라도 가능?
파월의 뒤늦은 과속이 경기침체를 불러일으킬 지 여부도 관심입니다. 파월 의장과 재닛 옐런 같은 정책 집행자 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Fed의 긴축정책 후 경기침체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엔 정책 집행자 외에 UBS나 소시에떼제너럴(SG) 같은 곳에서 '소프트 랜딩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더들리 총재는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데 너무 오래 기다렸고 과거 Fed가 실업률을 끌어올릴 때마다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Fed가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생각한다"고 확신했습니다.
제2의 '자이언트 스텝 쇼크'는 없나
그렇다면 파월을 제외한 현재 Fed 인사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파월처럼 희망회로를 돌릴까요. 아니면 반대 편에 설까요.
변치 않는 인플레에 대한 '푸·시 압력'
인플레이션에 대한 푸틴과 시진핑의 '푸·시 압력'도 관건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리스크가 너무 큰 데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전장 상황은 최악을 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처뿐인 승리라도 마리우폴에서 퍼레이드를 한다 하고 돈바스 북부 쪽 하르키우와 루한스크 사이에 있는 지역에서 승리를 하고 있습니다.
지리한 공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푸틴은 국가 총동원령이나 '준 총동원령'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크름반도(크림반도)까지 수복하겠다며 우크라이나 내륙과 크름반도를 잇는 다리를 폭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모든 게 장기전으로 가더라도 희망회로를 돌릴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정점 부근에 왔고 악재란 악재는 다 노출됐으며 더 이상 나빠질 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바닥론'의 근거입니다.
하지만 '지하실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긴축의 초입인 데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빡빡해 임금상승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경기침체는 언제 와서 얼마나 오래갈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닥론'과 '지하실론'의 팽팽한 대결이 어디로 기울 지 이번 주에 조금이라도 가늠해볼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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