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MBK파트너스가 3년 만에 롯데카드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매각 성사 여부에 카드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KT다. KT는 최근 MBK파트너스에 인수 의사를 전달하고 초기 단계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가격 조율에 실패할 경우 MBK파트너스는 경쟁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선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허가(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는 사업 특성상 신용카드업체가 매물로 나오기 힘든 만큼 경쟁입찰이 시작되면 은행계 카드사를 비롯해 적잖은 원매자가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씨카드, M&A 통해 사업 다각화 시도

[단독] 롯데카드, 3년 만에 매물로…우리銀 인수땐 업계 2위 '껑충'
KT는 자회사인 비씨카드와의 사업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두고 롯데카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카드를 인수한 뒤 비씨카드와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최근 비씨카드는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어 사업 다각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씨카드는 신용판매로 주로 수익을 내는 다른 카드사와 달리 결제망을 제공하고 받는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자체 결제망이 없는 은행계 카드사에 신용카드 발행 관리와 대금결제를 대신 수행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비씨카드 전체 수익의 80%가 결제망 제공 수수료에서 발생할 정도로 사업구조가 치우쳐 있다.

문제는 기존 회원사들이 독자 결제망 구축에 속속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북은행은 KB국민카드와 손잡고 비씨카드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비씨카드 회원사 중 3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카드도 이달부터 독자 결제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비씨카드로선 다른 전업 카드사 인수를 통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T가 롯데카드를 인수해 비씨카드와 합병할 경우 기존 망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주요 카드사 지위에 단번에 오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으로 롯데카드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에 이어 5위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롯데그룹 계열사를 통한 충성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우리·하나카드도 관심

우리은행이 얼마큼 의지를 갖고 인수전에 뛰어들 것인지도 관건이다. 우리은행은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당시 기관출자가(LP)로 참여해 지분 20%를 확보, 현재 롯데쇼핑과 함께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우선적으로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우선검토권을 보장받았다. MBK파트너스가 특정 원매자와 매각 가격에 합의하게 되면 우리은행이 그 가격에 인수할지 우선 검토할 수 있는 권리다. 우리은행으로선 현재 시장 지위가 미미한 우리카드 점유율을 단번에 키울 수 있는 기회다.

롯데카드 매각이 공개입찰로 전환하면 우리카드와 점유율 6, 7위를 놓고 다투고 있는 하나카드 역시 같은 이유로 참여할 수 있다. 하나카드는 2019년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했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우리카드와 하나카드의 경우 롯데카드를 놓치면 업계 꼴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필사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에 매각된 이후 순이익이 다섯 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가치가 크게 오른 상태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84.6% 증가한 241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인수 후 적극적으로 외부 인력을 충원해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강화한 효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카드사 매각가의 산정 기준이 되는 롯데카드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2조4384억원이다.

박시은/차준호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