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치솟고 실업률 떨어지자
Fed '강력한 긴축' 전망 우세

10년물 국채금리 2% 근접
S&P·나스닥지수 낙폭 확대

"올해도 기업이익 증가 지속"
월가 강세장 예측 이어가지만
'긴축 발작' 땐 시장 충격

경기순환주 비중 늘리고
지역별론 유럽·일본 관심을
“미국 중앙은행(Fed)이 1월에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할지, 혹은 3월에 금리를 0.5%포인트 높일지 등 매파적인 논의가 시장에 가득하다. 주식시장은 이런 논의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짐 캐론 모건스탠리투자운용 글로벌 채권·거시경제전략 책임자는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폭락한 데 대해 C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뉴욕증시가 연초부터 Fed의 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태풍에 휘말렸다. 소비자물가가 40년 만에 처음 7%(작년 12월)로 치솟고, 실업률은 3.9%까지 떨어지자 예상보다 강력한 긴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강해진 탓이다.

월가는 올해 미국 경제가 장기 추세 이상인 3%대로 성장하고 기업 이익도 한 자릿수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강세장을 예상한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에 풀린 ‘쉬운 돈(easy money)’ 때문에 갑자기 높아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버텨낼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1월 금리 인상설’까지
美 '금리 1월 인상론'까지 나왔다…"기술주 투자 당분간 피하라"

저명한 투자자인 빌 애크먼은 최근 트위터에 “Fed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뒤처져 있다”며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면 오는 3월 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예상 수준(25bp)의 두 배를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주 마이클 하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투자전략가의 ‘1월 50bp 인상’ 주장에 이은 또 다른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견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4일 “올해 6~7번의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주장들이 힘을 얻자 이날 미 국채 금리는 주요 저항선을 넘어 폭등했다. 10년 만기 금리는 52주 최고점이던 연 1.75%를 돌파해 연 1.87%로 거래를 마쳤다. 2020년 1월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움직임을 가장 잘 반영하는 2년 만기 금리는 연 1%를 넘어 연 1.06%까지 뛰었다. 역시 2020년 2월 후 최고치다.

이는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우지수는 1.51%, S&P500지수는 1.84%, 나스닥지수는 2.60% 각각 급락했다. 캐론 책임자는 “Fed가 더 공격적으로 접근할 것이란 주장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졌고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금리 저항선 돌파…기술주 타격
금리 상승의 여파는 기술주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나스닥의 이날 하락폭은 작년 3월 이후 최대였다.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에서 9.7% 급락해 조정 국면(10% 이상 하락) 진입을 눈앞에 뒀다. 물가가 뛰기 시작하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따지면 나스닥 종목의 40%가 고점 대비 50% 이상 조정을 받았다.

금리 상승은 기술주에 더 큰 부담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리가 오르면 고성장 기술주가 갖고 있는 미래 수익이 덜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월가 투자자들은 기술주 비중을 낮추고 있다. BoA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지난 7~13일)에 따르면 매니저들은 기술주에 대한 ‘비중 확대’ 포지션을 2008년 12월 후 최저 수준으로 줄였다.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술주 가치평가는 2000년 이후부터 백분위로 따졌을 때 가장 높은 수준인 98분위에 있다”며 “기술주 투자는 당분간 피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5년 동안 나스닥100지수는 2.01배 급등한 상태다. S&P500지수 상승률 대비 거의 두 배에 이른다.

골드만삭스는 모든 기술주 전망이 동일하지 않다고 밝혔다. 강력한 실적을 통해 현금을 창출하는 기술주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고평가 기술주를 구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에너지 등 경기순환주 매력적
월가는 뉴욕증시가 올해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탄탄하고 기업의 이익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골드만삭스는 S&P500지수가 올해 말 510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S&P500 기업의 이익은 올해 8%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제가 재개될 때 혜택을 볼 수 있는 에너지와 소비재 등 경기민감주 위주로 투자하라는 게 상당수 월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러스 코스테리히 블랙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가 올라 주식 밸류에이션을 압박하더라도 기업 이익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핵심은 인플레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과 주식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때 성과가 가장 좋을 섹터로는 에너지와 소재 등 경기순환주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투자 지역 분산 바람직
일부에선 크게 오른 미국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럽과 일본 시장에 투자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S&P500지수는 지난해 27% 상승했지만 MSCI유럽지수는 22% 올랐다. 모건스탠리는 “Fed 긴축으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올해 중반 연 2.2%까지 오를 것”이라며 “미국 및 신흥시장 자산은 1분기 내내 불안하겠지만 금리 변동에 덜 민감한 유럽 주식은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Fed와 달리 완화적 통화정책을 당분간 더 끌고 가겠다는 방침이다.

UBS 역시 “올해 상반기 경기 회복의 혜택을 받는 미국 중형주와 함께 유로존과 일본 시장을 추천한다”고 했다. BoA의 최근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도 에너지·금융·원자재 관련주와 함께 유럽 주식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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