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178조원을 운용하는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코스닥 종목 투자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전체 운용액의 절반가량인 직접운용 부문에서 그동안 코스피200 종목에만 투자했는데 앞으로는 코스닥50 종목도 사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인 위탁운용 부문에서도 기존 코스닥 대형주 위주에서 중형주까지 투자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코스닥 상위 기술주들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국내 주식 벤치마크 개선방안을 보고받았다. 작년 6월 한국거래소를 벤치마크 산출 용역기관으로 선정해 변경 작업에 들어간 지 1년 만이다. 국민연금은 새 벤치마크를 내년부터 투자에 적용할 전망이다. 벤치마크는 기관투자가가 목표 수익률을 정할 때 추종하는 표본 지수다. 운용 담당자에겐 어떤 종목을 담을지를 정하는 포트폴리오 바구니의 기능을 한다.
국민연금은 20년 넘게 코스피200을 직접운용 부문 벤치마크로 써왔다. 직접 운용으로는 코스피200 종목만 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새롭게 개발한 ‘NPS-KR250’(가칭)을 쓰기로 했다. 기존 코스피200에 코스닥50을 포함한 개념이다.
위탁운용 부문은 ‘코스피지수+코스닥100’에서 ‘코스피지수+코스닥150’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새 벤치마크 지수를 도입하는 이유는 기술 혁신으로 국내 산업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투자 대상이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코스닥 투자 늘리는 국민연금…바이오·IT株 '훈풍' 부나
국민연금이 하반기부터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면 바이오나 정보기술(IT) 관련주가 집중 수혜를 볼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2021년 4월 말 기준 운용자산이 883조6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178조원가량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이 현재 2800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 내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나 된다. ‘큰손’ 국민연금이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면 수급적 측면에서 코스닥시장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코스닥시장 내 시가총액이 큰 바이오·IT 관련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코스닥시장에선 바이오 비중이 가장 크니 바이오가 일차적 수혜를 볼 수 있고, 산업적 안배를 고려한다면 IT 관련 종목이 그 다음으로 올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ESG 스코어가 낮은 종목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코스닥시장 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카카오게임즈 △에코프로비엠 △펄어비스 △씨젠 △CJ ENM △SK머티리얼즈 △알테오젠 △휴젤 등이 있다.
한편 코스닥시장이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일각의 지적에 증권가에선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코스닥 종목 전체를 담는 것이 아니라 50여 개에 한정된 투자라면 충분히 우량주만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은 주식뿐 아니라 대체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하고 있다”며 “단순히 코스닥 투자를 확대한다고 해서 투자 위험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고 전체의 밸런스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07월14일(13:3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국민연금이 오랜 문제로 지적돼온 대체투자 집행 부진 해소를 위해 투자 시스템을 개선했다. 투자 규모 1억 달러 이하의 투자건이나 약정 펀드와 함께 투자하는 공동투자 건의 결정 권한을 실무진에 위임해 투자 속도를 높이고 그간 검토 시간 부족을 이유로 놓쳐왔던 투자 기회를 포착한다는 방침이다.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2일 '국민연금기금 운용규정'을 개정했다고 공시했다. △기금 약정 금액이 1억 달러 이하인 투자 △기금이 약정한 펀드와 함께 투자하는 공동투자 △약정한 투자 건에서 파생된 투자 중 1억 달러 이하의 투자 건의 의사결정 권한을 실무진 중심으로 구성된 대체투자소위원회에 위임한다는 것이 이번 개정의 핵심 내용이다.대체투자소위원회는 국민연금이 2019년 5월 대체투자 집행 부진 문제를 해소하고, 기금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신설한 투자 의사결정 조직이다. 국민연금의 투자를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를 비롯해 복수의 실장급 인사와 민간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대체투자위원회와 달리, 실장급을 위원장으로 팀장급 실무 인력이 중심이다.그간 대체투자소위원회는 약정 규모 5000만 달러 이하의 투자건이나 공동투자 건의 의사결정을 맡아왔다. 소규모 투자 건은 실무진 중심으로 의결 구조를 간소화해 기존 6~8주 가량이 걸리던 투자 기간을 4주 이하로 줄이고, 보다 규모가 큰 투자 건의 경우 CIO 및 외부 위원의 심사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성과는 시원치 않았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같은 기간 5000만 달러 이하 공동투자 제안건은 27건에 달했다. 2019년 5월 설립 이후 작년 12월 말까지 대체투자소위원회 심의로 투자된 건은 7건, 투자 액수론 2832억원에 그칠 정도로 미미했다.그마저도 부동산, 인프라 등 실물자산에선 투자 집행이 전무했다. 부동산이나 인프라의 경우 국민연금의 평균 투자 약정 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서다보니 아예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대체투자소위원회 논의 여건이 안돼 대체투자위원회 논의에 부쳐졌지만 투자 의사결정 시간이 부족해 검토를 중단한 공동투자 건만 총 25건, 투자 액수로는 1조 4000억원에 달했다.개정안에는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한 고민이 담겼다. 대체투자소위원회의 역할 확대를 위해 기준 투자 규모를 5000만달러에서 1억달러로 높였고, 추가 지분 매입, 기 투자자산의 증축, 리모델링 등을 위한 자본지출, 인접부지 및 부속 건물 매입 개발 등 기존에 투자된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투자까지 심의 범위를 넓혔다.국민연금은 이번 규정 개정이 우수한 투자 기회를 확보하고 대체투자 집행 부진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1억달러 이하 투자건이 연간 15~20건 액수 기준으로 1조원~1조 3000억원 가량 늘어나 대체투자 비중을 0.5%포인트 가량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국민연금공단은 신임 연구원장에 권문일 전 덕성여대 교수(57·사진)를 임명했다고 15일 밝혔다. 권 원장은 국민연금연구원 책임연구원을 거쳐 2001년부터 2019년까지 18년간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지냈다. 권 원장은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와 한국연금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국내 1위 렌터카업체인 롯데렌탈이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몸값은 2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 일진하이솔루스 등 조(兆) 단위 기업들의 청약 대열에 렌터카 대장주까지 가세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더욱 달아오르게 됐다.롯데렌탈은 12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희망 공모가격은 4만7000~5만90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 직후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2조1614억원, 할인율을 적용하기 전 기업가치는 2조8000억원 수준이다. 2015년 롯데그룹이 1조200억원에 인수한 이후 6년 만에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롯데렌탈이 상장하면 SK렌터카(12일 종가 기준 6738억원)를 제치고 국내 렌터카주 왕좌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다음달 기관투자가와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차례로 청약을 진행한 뒤 상장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이 상장 주관을 맡았다.롯데렌탈의 모태는 금호그룹이 1990년 미국 허츠와 제휴해 세운 금호렌터카다.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해 알짜 계열사로 자리매김했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던 금호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10년 KT에 매각했다. 이 회사는 5년 뒤인 2015년 KT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또다시 매물로 나와 롯데그룹에 팔렸다. 현재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지분율 47.06%)와 롯데부산호텔(28.43%), 롯데손해보험(4.90%) 등이 지분을 나눠 들고 있다.롯데렌탈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는 상황 속에서도 국내 최대 렌터카 업체로 몸집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롯데렌탈이 보유한 렌터카 수는 23만5723대(점유율 21.8%)로 2위 SK렌터카(13만5448대·12.5%)보다 10만 대가량 많다. 지난해 매출은 2조2520억원, 영업이익은 1599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엔 렌터카 외에 자회사 그린카를 통해 카셰어링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렌탈은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카셰어링 사업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롯데그룹이 롯데렌탈을 인수할 때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국민연금은 6년 만에 대규모 수익을 거두게 됐다. 롯데렌탈의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번 상장 과정에서 보유 중인 576만9212주를 모두 구주 매출로 처분하기로 했다. 낮게는 69%, 높게는 112%의 수익률을 기록할 전망이다.롯데렌탈이 다음달 상장에 나서면서 7~8월 ‘대어’급 공모주는 더 늘어나게 됐다. 7월 26~27일 카카오뱅크가 공모를 진행하면 8월 2~3일, 4~5일에 각각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가 나서고 그 배턴을 롯데렌탈이 이어받는 것이다. IPO 시장에선 8월 상장 예정 기업의 공모 규모만 7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