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단기 금융상품
기업어음(CP) 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각국 정부의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정책으로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불안감이 진정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자금을 짧게 굴리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는 것도 단기금리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A1등급 CP 금리(91일물 기준)는 연 1.09%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1일(연 1.33%)을 시작으로 2개월여간 최저기록을 거듭 경신하고 있다. CP 금리는 3월 글로벌 증시 폭락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대거 급전을 찾는 과정에서 급격히 상승했다. 4월 2일엔 연 2.23%까지 치솟기도 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대규모 유동성 공급정책을 쏟아낸 데 힘입어 단기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회사채 매입까지 결정하는 등 각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충격을 줄이면서 금융시장을 덮쳤던 불안감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도 한국은행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저신용 회사채·CP 매입을 위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운영 등 여러 대책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도왔다. 여기에 금리 하락으로 갈 곳을 잃은 시중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가파른 회복세를 탔다.

위험자산 선호심리와 경기침체 우려가 혼재되면서 단기 금융상품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CP 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 머니마켓펀드(MMF) 설정금액은 총 160조4795억원으로 올 들어 거듭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RP와 초단기채펀드 등 다른 단기 금융상품에 유입되는 자금 규모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 증권사 임원은 “아직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보니 단기 투자처를 찾는 부동자금도 상당히 많다”며 “수요에 비해 물량이 적은 A1등급 일반기업 CP는 3개월 만기 기준으로 연 0.9% 수준으로 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한은이 한동안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단기금리가 오랫동안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눈여겨보고 CP를 자금 조달수단으로 삼는 기업도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24일 CP 발행잔액은 61조1433억원으로 지난해 말(51조5670억원) 이후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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