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늘어나면서 여의도 증권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증권사와 운용사는 물론 주식시장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도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내놓으며 대비에 들어갔다. 대면 업무가 많은 증권업 특성상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직장 폐쇄로 인한 막대한 손실이 예상돼서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주부터 공시와 시장조치의 필수 인력 10명을 경기 안양에 있는 백업센터에 분리 근무시키고 있다. 최악의 경우 거래소 직원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해 서울과 부산 사옥이 모두 폐쇄되더라도 시장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22일자로 감염병 재난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됐기 때문에 분리근무 인력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테일 영업과 투자은행(IB) 등 업무 전반에 걸쳐 대면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도 각각 대책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미래에셋대우는 부서별로 업무 수행을 위한 최소 인력을 산출해 설연휴 이후부터 150여 명에 대해 대체근무지별로 돌아가면서 순환 근무시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출퇴근하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해 37.5도 이상의 발열이 있으면 현장에서 즉시 귀가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운용역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분리근무와 재택근무를 시행해 운용수익률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설명이다. NH헤지자산운용은 전체 임직원 45명 가운데 본부장 1명을 포함한 6명을 서울 여의도에 마련한 별도의 업무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이들은 원격으로 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보고, 본사 빌딩에서 근무하는 이들과의 물리적인 접촉이 제한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마이더스에셋자산운용은 일부 매니저를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동훈 NH헤지자산운용 대표는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분리근무를 유지할 예정”이라며 “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비상상황 발생 시에도 운용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투자자와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코로나19 감염 직원의 격리에 따른 업무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업무용 시스템 원격 접속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취지의 비조치의견서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아 각 회원사에 공유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