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무역금융펀드 '증권사 OEM' 논란…신한금투도 3500억 물려
라임자산운용이 2차 환매 중단을 선언한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는 사실상 신한금융투자에서 기획한 상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금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본부는 2017년 글로벌 무역금융펀드 상품을 기획하고 이를 운용할 헤지펀드를 물색하고 다녔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태동하면서 헤지펀드 대상 PBS 업무를 막 시작한 시기였다. 신한 PBS팀은 사내 ‘연봉 1위’인 임일우 본부장 주도로 타사보다 공격적으로 영업했다.

신한금투가 무역금융펀드 운용사로 점찍은 곳이 바로 라임이다. 라임이 운용했지만 시장에선 신한금투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펀드’라고 불린 이유다. 당시 신한금투 제안을 거절한 헤지펀드들은 상품 구조 자체가 과도하게 위험하다고 판단했지만 시장에선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라임운용의 급성장도 이때 시작됐다.

신한금투 리스크 관리 ‘구멍’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글로벌 무역금융 전문 헤지펀드 네 곳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재간접펀드)다. 이 펀드는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 매출채권에 전체 자산의 70%가량을 투자한다.

신한금투는 펀드 담보를 자산으로 최대 400%까지 대출을 일으키는 구조로 상품을 기획했다. 당시 신한금투 제안을 거절했던 헤지펀드들은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게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금융 기초자산인 매출채권 상당수는 만기 3~5년짜리다. 한 헤지펀드 대표는 “대출 수수료가 150bp(1.5%) 수준으로 다른 PBS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고, 일부 운용사 보수도 신한금투와 나눠야 하는 조건이었다”며 “기본적으로 환매 대응이 어려운 상품인데 신한금투 리스크관리를 통과했다는 게 의아했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대출을 하려면 주식담보대출의 반대매매와 같이 자산가치 급락 때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역금융 매출채권은 비유동성 자산이어서 대응하기 쉽지 않아 폐쇄형 상품으로 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라임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하는 해외 운용사들은 모펀드를 개방형으로 내놨다. 한 증권사 무역금융 전문가는 “신한금투 PBS팀이 대출 규모를 극대화하지 못하면 수수료 수입이 미미해 해당 상품을 기획할 유인도 없었을 것”이라며 “애초 폐쇄형이 적합한 상품을 내부 리스크관리를 통과하기 위해 개방형으로 내놓도록 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문제 터지자 핵심 실무자 2명은 퇴사

라임 무역금융상품은 국내에서 개방형과 만기 6개월짜리로 집중적으로 팔렸다. 신한금투는 물론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대신증권 등에서 연 7% 수익을 목표로 하는 중수익·중위험 상품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남미에서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애초 우려됐던 유동성위기가 터지기 시작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모펀드 한 곳은 결국 지난해 11월 라임과 신한금투 측에 환매 중단과 함께 펀드 기준가를 산출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올해 2월에도 모펀드 한 곳이 추가로 환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출해주고 있던 신한금투는 속수무책이었다. 환매 중단 당시 펀드 대출 규모는 설정액(2436억원)보다도 많은 3500억원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지난달 뒤늦게 국내에서도 환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 환매 중단 발표 직전 신한금투 PBS팀 무역금융 실무자 두 명은 회사를 그만뒀다.

투자자와 판매사는 물론 신한금투 내부에서도 이 같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구조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깜깜이 펀드’라고 불리는 이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비율이 커질수록 투자자 손실 역시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신한금투 PBS 본부와 라임, 판매사 담당자 소수만 위험을 알고도 쉬쉬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둘러싼 ‘라임-증권사 PBS-판매사’ 간 검은 유착까지 의심돼 일련의 과정을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신한금투는 “PBS사업자로서 대출 레버리지 업무를 제공했을 뿐 상품 설계 운용 관리는 운용사 몫이었다”고 밝혔다.

■ 무역금융펀드

해외 무역 거래에서 발생하는 각종 선결제, 운임, 원자재 구매 및 가공 비용 등에 필요한 단기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을 올리는 구조의 펀드. 라임은 이런 구조를 지닌 남미 지역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재간접 펀드를 운용하다 환매 중단 사태를 겪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