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하나금융-中 국부펀드, 1兆 산업협력펀드 조성
마켓인사이트 7월 16일 오후 4시15분

하나금융그룹이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와 손잡고 1조원 이상의 ‘한중(韓中) 산업협력펀드’를 설립한다. 국내 금융그룹이 해외 국부펀드와 공동으로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CIC는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CIC는 운용자산이 9414억달러(약 1109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 중 하나다.

IB업계 관계자는 “CIC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도 각국 대표 금융사들과 산업협력펀드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금융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CIC의 한국 파트너가 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했다.

CIC 고위 관계자는 최근 서울을 방문해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블루런벤처스 등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을 만났다. 펀드의 공동 운용사로 국내 대형 PEF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펀드 출자자로 유치할 계획이다.

김정태의 글로벌 성과…"韓·中기업에 1조 투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지난달 초 1주일간 중국 쿤밍을 방문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동시에 중국의 지방 도시로 장기 출장을 간 것을 두고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두 사람이 쿤밍을 찾은 건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가 주최한 연례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는 하나금융그룹이 2017년 중국 랑자고분유한공사와 세운 합작사다.

하나금융은 이 자리에 중국투자공사(CIC) 고위 관계자들을 대거 초청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과 지 행장이 1주일간이나 서울을 비우고 쿤밍 포럼에 참석한 건 CIC와의 스킨십을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금융이 CIC와의 ‘한중 산업협력 펀드’ 조성에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글로벌 사업 확장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저성장·저마진 기조가 고착화된 국내 금융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려야만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김 회장이 예전부터 각별한 애정을 쏟은 지역이다. 그는 취임 이후 중국 지린, 랴오닝, 헤이룽장성에 분행을 설립해 은행권 최초로 동북 3성에 거점을 마련했다.

한중 산업협력 펀드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소 1조원은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주로 중국에 진출을 계획하고 있거나 기존 중국 사업을 확대하려는 한국 기업에 투자한다. 투자받은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CIC가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구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는 한국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에도 투자할 것으로 안다”며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양국 간 경제협력을 증진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CIC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금융회사들과 손잡고 산업협력 펀드를 잇따라 조성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중국의 새로운 해외 투자 모델이라는 평가다. 2017년 미국 골드만삭스와 ‘미중(美中) 산업협력펀드’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영국 HSBC, 프랑스 BNP파리바, 독일 도이체방크, 이탈리아 미디오방카, 일본 노무라 등과 손을 잡았다. 일본 펀드의 경우 MUFG, 스미모토미쓰이, 미즈호, 다이와증권 등도 참여했다.

CIC는 한중 산업협력 펀드에 주요 출자자이자 공동 운용사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에서는 하나금융투자가 공동 운용사를 맡는다. 하나은행, 하나캐피탈, 하나생명보험 등은 출자자로 참여한다. CIC는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 국내 다양한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출자자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MBK파트너스 같은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도 공동 운용사로 참여시키기로 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