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 24일 오후 3시25분

회사채 투자 열기가 장기채와 비우량채 등으로 퍼지고 있다.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만기가 짧고 우량한 채권만으로는 만족스러운 고정이자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업 실적이 악화 추세인 만큼 투자 과열을 경계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켓인사이트] 장기債·비우량채까지…회사채 투자열기 확산
열기 확산되는 회사채 발행시장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오는 28일 발행하는 3년 만기 회사채 발행금리를 연 2.17% 수준으로 잠정 확정했다. 당초 이 회사가 제시한 희망금리(연 2.40~2.80%)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일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 때 희망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채권을 사겠다는 기관 수요가 몰린 덕분이다. 모집금액 500억원에 4000억원어치의 ‘사자’가 몰려들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운업체 채권은 한동안 기관투자가들의 기피 대상이었다”며 “이번에 팬오션은 되레 한 단계 더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로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팬오션의 신용등급은 상위 일곱 번째인 ‘A-(안정적)’다. 같은 등급 회사채 시가평가 금리 평균값은 연 2.67%다.

팬오션보다 우량한 신용을 갖춘 호텔롯데(신용등급 AA), 한온시스템(AA), 동원산업(AA-) 등이 발행하는 장기채도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기관들이 절대금리가 높은 장기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를 써낸 결과다. 장기채는 원금 회수까지 긴 기간 위험을 반영해 단기채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

호텔롯데는 지난 21일 10년 만기 회사채를 연 2.09%에 발행했다. 희망금리(채권평가사 평가금리)보다 0.5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온시스템과 동원산업은 똑같이 27일 7년 만기 회사채를 희망 수준보다 각각 0.10%포인트와 0.23%포인트 낮은 수준에 발행키로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국고채 금리가 연일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더 위험한 채권으로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진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우량 장기 회사채 등 상대적으로 절대금리가 높은 채권의 인기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지금처럼 기관투자가들이 고객에게 약속한 약정 수익률이 채권 이자를 웃도는 ‘역마진 상황’을 극복하려면 절대금리가 더 높은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마켓인사이트] 장기債·비우량채까지…회사채 투자열기 확산
실적 악화 ‘부메랑’ 우려

회사채 금리가 기업들의 체력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수준까지 내려가는 상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상 밖의 충격으로 기업 실적이 빠르게 나빠질 경우 장기채와 비우량채 투자자는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차입금을 대폭 늘리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호텔롯데는 풍부한 수요를 반영해 당초 300억원어치만 발행하려던 10년 만기 회사채 물량을 700억원으로 늘렸다. 동원산업도 7년물 발행 규모를 기존 3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팬오션은 발행 금액을 최대 1000억원까지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늘어나는 채권 발행이 재무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연 1.44%로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75%)를 0.31%포인트 밑돌고 있다.

이태호/김진성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