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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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출범에 앞서 운영방안을 놓고 충돌한 데 이어 예산 편성에서도 갈등을 보이고 있다. “특사경 운영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금감원 요구에 금융위는 “금감원 예비비로 충당하라”고 맞서고 있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특사경 예산 편성에 당초 금감원이 요구한 추경 대신 금감원 예비비를 활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금융위 - 금감원, 또 '특사경 충돌'
앞서 금감원은 특사경과 검찰 간 사법행정시스템 연동에 필요한 전산 구축과 포렌식(디지털 분석) 장비 마련 등에 필요하다며 약 7억원의 추경예산 편성을 금융위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최근 내부 검토 결과 “특사경 예산은 법률상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국가재정법상 대규모 자연재해나 대량실업 발생, 경기침체 우려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특사경 예산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추경 편성이 물 건너가면서 금감원이 특사경 예산을 마련하려면 결국 예비비를 전용하는 방법만 남게 됐다. 올해 금감원 예산에 편성된 예비비는 9억원 남짓이다. 금감원 예비비 편성 등 심사 권한 역시 금융위가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은 “특사경 출범에 예비비를 7억원이나 투입하는 건 과도하다”며 “사법행정시스템 구축과 포렌식 장비 마련에 드는 돈은 3억~4억원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예산심사 담당부서에 제시했다. 자조단 예산은 연간 7000만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금감원이 합의를 깨고 특사경 자체 인지수사권과 수사단 명칭 등을 담은 집무규칙을 기습 공개하자 예산심사 권한이 있는 금융위가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 22일 사전예고 없이 특사경 집무규칙 제정안을 전격 공개했다. 금융위는 이틀 뒤 “특사경 활동범위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선정한 긴급·중대(패스트트랙) 사건에 한정하기로 한 합의 등을 이행하라”며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금감원에 보냈다.

현재까지 집무규칙을 둘러싼 두 기관의 논의는 큰 진전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위 및 검찰과 이미 합의한 내용을 갑자기 깼다”며 “금감원에 대한 신뢰도가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예산 협의가 술술 이뤄질지는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비비 대부분을 특사경 예산으로 쓰면 다른 부문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관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집무규칙에 관해선 금융위와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