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국내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투자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 결과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총 1경6304조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치다. 전년에 비해선 16.8% 늘었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통화선도’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통화선도 거래 규모는 1경1843조원으로 전년 대비 37.0% 늘었다. 통화선도는 정해진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특정 통화를 매매하는 계약이다.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끼리 서로 다른 금리 조건을 교환하는 이자율 스와프 거래(3418조원)도 이 기간 12.9% 증가했다. 주식 스와프(172조원), 통화 스와프(621조원) 등 다른 파생상품 거래도 늘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자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 거래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국채금리는 한동안 상승세를 거듭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연 1.35~1.50%에서 연 2.25~2.50%로 오르는 사이 지난해 초 연 2.46%였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1월 연 3.23%까지 치솟았다. 달러화 강세 속에 신흥국 투자심리가 가라앉으면서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063원50전에서 1137원50전으로 올랐다.

올 들어서도 금융시장의 출렁임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겠다는 신호를 내면서 오르막을 타던 금리가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달 30일 연 2.50%까지 내려왔다. 달러가치는 더욱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167원 선까지 올랐다.

금융당국은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활발해지자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이동춘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은 “비청산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증거금 교환 의무, 거래정보저장소(TR) 도입 등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