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증시 '1월 효과' 없다"…변수는 美정부 정책
기해년(己亥年) 첫거래일인 2일 국내 증시가 하락하면서 연초 랠리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내외 악재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전문가들은 "올해 매년 새해에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1월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분간 증시 상승 기대감을 낮추고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 금리상승 속도와 미중 무역분쟁 협상 추이에 따라 반전 가능성은 있는 만큼 미국 정책 방향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내놨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62포인트(0.52%) 내린 2030.42를 기록 중이다. 지수는 2050선에서 상승 출발했지만 기관 투자자들이1158억원 매도 공세를 펼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초 증시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증시가 침체기에 빠지면서 올해 국내 주식시장의 1월 상승랠리도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1월 효과 기대감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약하고 이익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 선행지수는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하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코스피시장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도 하향 조정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49조4700억원에 달했던 이익 예상치는 지난달 말 45조700억원으로 떨어졌다.

다만 변수는 미국 정부의 정책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경우 증시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미 Fed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하는 정책 스탠스를 보이면서 금리 인상 휴지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과거 2006년 6월, 2015년 12월 미국이 일시적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했을때 증시가 일제히 반등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협상 진행 여부도 주목할 만한 요인이다. 지난해 증시는 미중 무역분쟁 탓에 긴 침체기를 겪었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17.28% 하락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관세 발효를 단행한 지난해 10월 이후에는 12.89% 내렸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협상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무역갈등 완화 분위기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양국 무역협상단은 무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이 펀더멘털이 아닌 이벤트에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수익률 관리를 위해 시장이 빠질 때 덜 빠지는 종목을 선별하라"고 당부한다. 연초 지수의 방향성이 혼재되고 특히 상승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보수적인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다솔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어주의 상대수익률이 지난 3분기 이래 지속적으로 좋았다는 점에서 방어주 내 가격 메리트를 보유한 종목 중 시장 하락 시 지수가 덜 빠지는 종목을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유통·건강관리·음식료·화장품·유틸리티 업종을 추천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한국전력·펄어비스·현대백화점·유한양행·오리온 등을 꼽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