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올해 증시 얼린 한파…내년엔 주택시장 덮치나

무술년, 올 한 해 증시는 10년 만에 최대 한파가 불어닥쳤다. 코스피 하락폭만 하더라도 17.8%에 달했다. 올해 초 대부분 증권사가 ‘대세 상승론’을 외쳤던 만큼 투자자가 느끼는 체감적인 주가 하락폭은 더 컸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 한파가 내년에는 세계 주택시장까지 덮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택가격은 상징성이 높은 도시일수록, 용도별로는 상업용과 주거용 가릴 것 없이 거침없이 올랐다. 정점을 기록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PIR(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PRR(임대료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을 구해보면 적정 수준보다 5∼10% 거품이 낀 것으로 나온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추진해 온 초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정책 때문이다. 국가별로는 막대한 무역흑자 및 외환보유를 바탕으로 한 차이나 머니와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호텔 및 오피스텔을 집중 매입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큰손으로 부상한 코리아 머니가 세계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올해 증시 얼린 한파…내년엔 주택시장 덮치나

거품 붕괴(boom & burst) 이론에 따르면 유포리아 심리로 끝없이 오를 것처럼 보였던 주택가격은 특정 사건을 계기로 꺾이기 시작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요인도 있지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확정 이후 주식은 프랑스 파리, 채권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중심지가 이동하면서 세계 주택가격 흐름에 전환점이 됐다.

런던 집값은 8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나이트프랭크는 올해 하락폭이 2%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캐나다 주택시장도 밴쿠버, 토론토를 중심으로 심상치 않다. 지난 11월 기존 주택 매매가 전월 대비 11%나 급감했다. 호주 주택시장 하락 국면은 2년 이상 길어지고 있다.

세계 주택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미국과 중국의 주요 도시 집값도 꺾이기 시작했다. 뉴욕의 강남으로 불리는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집값은 5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웨스트코스트 집값도 정점을 찍었다. 중국 70개 도시와 한국 강남 집값도 9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내년이다. 2009년 2분기 이후 10년 동안 지속됐던 세계 경기 회복세가 지난 3분기부터는 둔화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등 세계 3대 예측기관은 내년에는 성장세가 더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의미다.

반면 세계 총부채는 164조달러, 우리 돈으로 18경원에 달한다. 세계 국민의 총소득 대비 225%로 금융위기 발생 직전에 비해 무려 12%포인트나 급증했다. 질적으로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중하위 계층일수록 빚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쉽게 줄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부채 위기의 해’가 될 것으로 보는 예측기관이 많다.

세계 부동산 업계에서는 ‘마천루 저주(skyscraper curse)’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마천루 저주란 경제학자인 앤드루 로렌스가 1999년에 처음 사용한 용어로 마천루의 높이가 올라갈수록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세계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역(逆)자산 효과’ 때문이다.

역자산 효과란 특정 가계가 소비를 전 생애에 걸쳐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미래 기대 소득뿐만 아니라 보유자산 가치를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는 ‘항상소득가설’과 ‘생애주기가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앨런 그린스펀, 2000년)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가 주식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온다.

올해 증시에 이어 내년에 주택시장을 덮칠 것으로 예상되는 한파가 누그러질 것인지 아니면 더 매서워질 것인지, 지난 3분기 이후 둔화세를 보이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소프트 패치(일시 침체)’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라지 패치(추세 침체)’에 빠져 마천루 저주가 올 것인지 여부는 Fed의 출구전략 속도 조절에 달릴 가능성이 높다.

올해 마지막 Fed 회의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시차를 감안한 경제지표를 중시할 방침을 강조했다. 시기도 한 번 변경하고 지켜보는 방식(go stop)에서 회의 때마다 변경할 수 있는 방식(go go)으로 조정됐다. 주가와 주택가격이 하락해 경기가 악화된다고 판단하면 금리인상 속도는 조절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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