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56·사진)은 자산운용업계의 산증인이다. 2000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뒤 19년째 운용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직업이 ‘운용사 사장’이란 얘기를 들을 정도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KB자산운용을 이끌며 ‘빅3 운용사’로 키웠다. 이후 KTB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해 초 KB자산운용 사장으로 돌아왔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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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장은 요즘 해외시장을 공략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는 “일본에선 공모펀드 가운데 해외펀드 비중이 70%에 이르지만 한국에선 그 규모가 30%에 불과하다”며 “고령화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투자 비중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1차 목표로 삼은 시장은 중국이다. KB자산운용은 작년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이미 내부 검토가 끝나 각종 실무적인 문제만 남겨놓고 있다. 조 사장은 “해외펀드 가운데 중국 투자 비중이 가장 크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 조 대표는 ‘투 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실력 있는 현지 운용사와의 협업을 늘리는 동시에 직접 운용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KB자산운용의 중국펀드인 ‘통중국고배당’ 펀드는 KB운용이 계량분석(퀀트)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운용하지만 ‘중국본토A주’는 현지 운용사인 하베스트운용과 보세라운용에 위탁한다. 조 사장은 “중국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글로벌 운용 역량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아시아 지역의 해외 운용사 인수 및 지분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펀드는 장기투자 매력이 높다는 게 조 사장의 판단이다. 중국 펀드 수익률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여파로 크게 나빠졌지만 다시 회복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조 사장은 “무역전쟁이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서로에 손해기 때문에 타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9, 2015년처럼 중국 펀드 붐이 한창 일었던 시기에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70배까지 치솟는 등 거품이 심했다”며 “지금은 상하이종합지수도 3000선 밑에 있고 과거에 비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싼 편이기 때문에 충분히 장기투자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에 대해선 “차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조 사장은 “엔터테인먼트, 화장품, 게임 등 한국의 경쟁력이 살아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사장은 외부위탁운용(OCIO)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OCIO는 자산운용사가 기업의 자금을 위탁받아 안정적으로 목표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도록 운용해주는 것을 말한다. KB자산운용은 최근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OCIO 사업을 초창기부터 이끌었던 채수호 상무를 영입했다. 조 사장은 “자금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OCIO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