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여파로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국제 금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 선물이나 금광·귀금속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금 펀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지난 23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날보다 온스당 14.20달러(1.06%) 내린 1322.5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21일(1320.70달러) 후 한 달여 만에 최저치다. 국제 금값은 미국의 시리아 공습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로 ‘안전 자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18일 1350달러 선을 넘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면서 금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3일 90.946으로 지난 2월15일 기록한 연 저점(88.593)보다 2.66% 올랐다. 이 수치가 올랐다는 것은 달러화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금은 화폐(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대비한 ‘대안 투자처’ 성격을 갖고 있어 가격이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한 운용사 원자재 펀드매니저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국제 금값도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금값이 하락하면서 국내 금 펀드의 단기 수익률도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11개 금 펀드의 최근 3개월간 평균 수익률(23일 기준)은 -2.41%였다. 연초 이후 금 펀드에서 34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국내 금 펀드 중 설정액이 1583억원으로 가장 많은 ‘블랙록월드골드’ 펀드에서는 217억원이 빠져나갔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