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에 힘 싣는 박현주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사진)이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회장을 맡아 글로벌 경영에 주력하기로 했다. 국내 경영은 계열사 경영진에 맡기고,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앞으로 10년 내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1조원의 수익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미래에셋대우는 26일 박 회장이 홍콩법인 비상근 회장에 취임했다고 발표했다.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회장직은 이번에 신설된 자리다. 기존 미래에셋대우 회장 외에 홍콩법인 회장을 겸임하는 건 박 회장이 해외 사업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박 회장은 2016년 5월 미래에셋대우 회장 취임 당시 2년간 국내 경영에 주력한 뒤 해외 사업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자기자본 규모로 국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8조원을 확보하고, 올해 연결 세전이익 1조원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회장은 앞으로 10년 내 해외에서 1조원의 수익을 낸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홍콩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중국, 몽골, 인도, 영국, 미국, 브라질 등 11개국에서 현지법인 11개와 사무소 3개 등 14개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현지 직원은 650여 명에 이른다.

올해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인도 현지법인을 세워 한 달 전 영업을 시작했다. 베트남에선 베트남투자공사와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글로벌 엑스(Global X)’를 인수하기도 했다. 현지법인 자본 확충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1월과 2월 런던, 인도법인에 5357억원과 3082억원을 증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10년 안에 해외에서 자기자본 10조원, 자산 100조원을 달성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기록할 계획이다.

갈 길은 아직 멀다. 해외 현지법인들의 자산은 33조4700억원, 자기자본은 2조3000억원 안팎이다. 지난해 세전이익은 350억원 수준에 그쳤다. 홍콩, 브라질 등지에서는 수익을 내고 있지만, 미국 영국 등지에선 적자를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현지 시장 특색에 맞춰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홍콩과 인도네시아 법인은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와 트레이딩, 투자은행(IB) 사업 등을 하는 종합증권사로 세를 불리고 있다. 홍콩법인은 본사와 협업해 부동산과 항공기 등 실물자산을 대상으로 자기자본(PI)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뉴욕법인은 지난해 프라임브로커리지(PBS) 면허를 취득해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했다. LA법인은 자산관리 사업을 중심으로 IB, 트레이딩 부문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국내 1위 증권사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에셋의 자산관리 노하우를 인정받는 게 그룹의 목표”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