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시작된 금융투자업계 인사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상당수 증권사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인사를 마쳤다. 이런 가운데 증권업계 여성 직원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0.1%대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한 증권사 CEO는 “보수적인 한국 증권사 문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女전히 두꺼운 증권사 '유리천장'
◆10명뿐인 여성 집행임원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규모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 집행임원 중 여성은 현재 10명이다. 집행임원이란 이사회가 결정한 사항을 실행해 상법상 ‘업무 집행 책임자’로 규정돼 있는 임원을 말한다.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의 보수 등 현황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된다.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이들 10개 증권사의 여성 직원 수는 총 7678명이다. 전체 직원 1만7529명 중 여성의 비중은 43.80%에 달한다. 하지만 입사 후 임원까지 오른 비율은 0.13%에 불과한 셈이다.

집행임원은 아니지만 이사, 상무 등 임원 직위를 달고 있는 여성까지 포함하면 여성 임원은 총 40명이다. 전체 여성 직원과 비교한 비율은 0.52%에 머문다.

◆미래에셋대우에 가장 많아

증권업계에서 여성 임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미래에셋대우다. 작년 말 인사에서 박숙경 호남충청지역본부장, 김미정 투자금융1본부장, 김지숙 VIP서비스본부장 3명이 신임 집행임원이 됐다. 미래에셋대우의 집행임원은 이들보다 앞서 집행임원이 된 남미옥 강서지역본부장까지 합쳐 총 4명이다. 미래에셋대우엔 이들을 제외한 17명의 여성 임원이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2016년 4월 대우증권 인수 후 첫 임원 인사에서 “인재사관학교라고 불려온 대우증권에도 남성 중심의 사풍 때문에 그동안 여성 임원이 없었다”며 ‘여성 임원 발탁’을 강조했다. 증권업계에선 미래에셋대우가 자산관리(WM)부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만큼 능력있는 지점 직원 및 프라이빗뱅커(PB)들 중에서 앞으로 여성 임원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에선 이재경 SNI사업부장(상무)과 박경희 삼성타운금융센터장(상무), KB증권에선 국민은행 여신그룹 부행장을 지내다 옮겨온 박정림 WM부문장(부사장)이 활약하고 있다. 현주미 신한금융투자 디지털사업본부장은 2016년 말, 이순남 대신증권 강남선릉센터장은 작년 말 인사에서 각각 두 회사 최초의 여성 임원이 돼 화제가 됐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선 IBK투자증권이 지난 8일 인사에서 투자은행(IB)사업부문 최미혜 프로젝트금융1팀장과 전용운 WM사업부문 WM채권전략팀 이사를 승진 임명했다. IBK투자증권 본사 영업부문에서 여성의 이사 승진은 2008년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여성 임원 없는 곳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엔 아직까지 여성 임원이 없다. 증권업계 선두권을 다투는 두 증권사는 업계에서 “기업문화가 보수적인 편”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의 여직원 비중은 47.60%, NH투자증권은 43.20%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임원진이 남성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이런 문화를 깰 강력한 의지가 있는 CEO도 보기 드물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