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대장주’와의 격차는 크지만 2, 3위 간 덩치 차이는 크지 않은 업종에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면 올해 1등주에 집중됐던 관심이 2등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시가총액 2위 자리를 굳힐 종목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대장주 경쟁보다 뜨거운 '2등주 싸움'
◆치열한 2위 다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의류업체 LF 주가는 올 들어 48.72%(21일 종가 3만2050원) 올랐다. 이 덕분에 올해 초 6287억원이던 시가총액은 지난 20일 기준 9371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회사인 한섬 주가는 10.19%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8436억원에서 7000억원대로 줄면서 업종 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LF에 내줬다. 섬유·의복업종 대장주는 한세실업(시가총액 1조1640억원)이다.

대장주 경쟁보다 뜨거운 '2등주 싸움'
하지만 4분기 성적표에 따라 순위는 다시 뒤집어질 수 있다. 어느 회사가 올겨울 한파와 롱패딩 열풍의 수혜를 더 많이 볼 것인지가 관건이다. 김은지 KB증권 연구원은 “한섬 주가가 부진한 건 기존 브랜드의 외형 성장이 둔화된 데다 인수합병(M&A)에 따른 수익성 악화 때문”이라며 “신규 브랜드가 선전하고 있고 온라인 및 해외 매출이 늘면서 올 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건설업종에서는 현대산업개발(2조9777억원)과 대림산업(2조8606억원)이 2위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 연초 3조원대이던 시가총액이 나란히 하락하면서 두 종목의 시가총액 차이가 4000억원대에서 1000억원 안팎으로 줄었다. 두 회사 모두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있어 향후 주가 방향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종 시가총액 1위는 현대건설(3조9531억원)이다.

기계업종에서는 같은 두산 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1조8303억원)와 두산중공업(1조7034억원)이 경쟁자다. 원자력 비중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올해 두산중공업 주가가 크게 흔들리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굴삭기 시장 회복의 기운을 받은 두산인프라코어에 밀렸다.

◆지수 반등기 2등주 부각

전문가들은 연말 지수 조정이 끝나고 내년 재반등 시기가 오면 2등주의 가치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개선의 온기가 확산되면 업종 내 1등주에서 2등주로 주가 강세가 확산되는 낙수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1등주와 비교해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처지지 않는다면 시가총액이 작아 주가가 호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도 2등주의 강점이다. 이런 2등주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따져봐야 한다. 섬유·의복업종에서 2위 수성에 나선 LF(0.87배), 탈환을 노리는 한섬(0.85배)은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1배가 안 된다. 3년 전만 해도 7조6000억원대 시가총액으로 고려아연(9조2463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현대제철(7조7788억원)도 PBR이 0.48배에 불과하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반등 초기에는 대장주에 관심이 쏠리지만 이후 6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보면 2위 기업의 상승률이 더 큰 경우가 많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