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회계투명성 관련 지정감사제 확대’가 포함된 가운데 각계 전문가들이 회계법인 대표이사 제재 등이 포함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 주요 쟁점을 두고 갑론을박을 했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회 감사인 포럼’에서다. 이 포럼은 한국감사인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공인회계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분식회계를 잡아내지 못하면 해당 회계법인 대표까지 제재하려는 일부 법률 개정안은 1차 책임자인 피감회사의 책임을 감사인(공인회계사)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에는 정부 개정안을 비롯해 16개의 외감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토론자로 나선 유광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감사보고서에 회계법인 대표가 기명날인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골을 먹으면 결국 골키퍼 책임”이라며 “감사인이 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상임위원은 외부감사 대상을 유한회사로 확대하는 방안과 관련해 “자산 1000억원 이상의 유한회사가 급증한 만큼 이해관계인 보호 필요 정도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종선 한국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장은 “소규모 코스닥 상장사도 외부감사를 받는다”며 “유한회사가 감사를 받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거들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일부 개정안에는 알리바바코리아 트위터코리아 테슬라코리아 등 다국적 기업이 한국에 설립한 유한회사를 외감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정부가 감사인을 정해주는 지정감사제도 확대 방안도 ‘뜨거운 감자’였다. 박주성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전무는 “지정감사제를 원칙으로 하되, 내부 통제 및 지배구조 우수 기업 등에는 자유선임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금순 나우회계법인 이사도 “지정감사제를 확대하고 감사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등 감사 투입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호 한국경제신문 증권부장은 “미국은 엔론사 회계부정 사태가 터진 뒤 1년여 만에 강력한 회계개혁법을 제정했다”며 “법률 개정안의 문제점을 보완한 뒤 입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성표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회계를 관장하는 정부 조직이 없다는 현실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회계감독청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