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고점, 10대 증권사 예측 '밴드 상단'에 크게 못 미쳐

주요 증권사들의 국내 증시 전망이 올해도 크게 빗나가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측 등락범위(밴드)의 하단은 이미 뚫렸고, 애초 제시했던 상단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서 올해 거래가 끝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10대 증권사가 전망한 올해 코스피 밴드의 상단은 최저 2,150(미래에셋대우·대신증권)에서 최고 2,350(신한금융투자)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2,300), 한국투자증권(2,250), 삼성증권(2,240), 현대증권(2,220),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2,200), 하나금융투자(2,170)를 포함해 10대 증권사가 예측한 밴드 상단의 평균치는 2,223이다.

그러나 코스피 연중 최고점은 9월 7일 기록된 2,073.89에 머물러 올해 코스피 상단을 제대로 예측한 증권사는 한 곳도 없을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들 증권사가 예상하는 12월 중 코스피 상단은 2,020∼2,080 수준이다.

지난 2일 1,970.61로 마감한 코스피가 이달 중 갑자기 2,080까지 100포인트 이상 급등한다고 해도 지난해 제시된 전망치 상단에 최소 70포인트, 최대 280포인트 못 미치는 결과가 예고된 셈이다.

밴드 하단 전망치는 코스피가 지난 2월 12일 1,817.97까지 떨어져 이미 10개사 중 8곳의 전망치가 틀린 예측이 돼 버렸다.

메리츠종금증권(1,950),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금융투자(1,900), 삼성증권(1,880), 현대증권(1,870), NH투자증권(1,850), 하나금융투자(1,840)는 상단뿐만 아니라 하단도 실제 결과보다 높게 전망했다.

미래에셋대우(1,700)와 대신증권(1,700)은 파격적으로 낮은 하단 전망치를 내놓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급락 장세만 연출되지 않는다면 최소한 틀리게 예상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증권사 전망치가 실제보다 높게 제시되는 현상은 작년에도 마찬가지였고, 이는 투자자들의 불신을 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코스피 밴드 전망치가 투자자들에게 시장 방향성을 가늠하게 하는 방향지시등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상단과 하단을 정확하게 맞히지 못한 것을 문제 삼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 밴드 전망은 수치보다는 시장 방향성에 대한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며 "수치로 시장의 향후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도 "밴드 전망치는 등락범위 안에서 움직인다는 의미로, 수치보다 논리나 근거가 중요하다"며 "연구원 성향별로도 전망치가 달라지는 만큼 투자자는 여러 전망치를 놓고 시장 방향을 읽으려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10대 증권사 중 아직 내년 전망치를 내놓지 않은 대신증권을 뺀 9개사의 내년 코스피 밴드 전망치 평균은 하단이 1907, 상단은 2,258이다.

이들 9개사가 지난해 12월 제시한 올해 밴드 전망치 하단·상단 평균(1,866∼2,231)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