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지주사인 (주)CJ의 하락세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룹 성장의 한 축인 콘텐츠 부문이 연이어 악재를 만나며 주가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8월의 절반 수준까지 추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요 상장 자회사들이 투자 심리를 회복하지 못하면 주가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주)CJ, 콘텐츠 실적 회복·외부 악재 해소가 관건
◆사라진 할증 효과

(주)CJ는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0.91% 내린 16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8월6일 사상 최고가(종가 32만4000원)를 찍었던 주가가 그 이후 1년4개월 동안 49.69% 떨어지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기간 기관투자가가 1154억원, 외국인이 239억원어치씩 순매도했다.

사업 전반에 걸쳐 투자 심리가 꺾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콘텐츠 제작을 맡고 있는 자회사 CJ E&M(-25.92%)과 영화관을 운영하는 CJ CGV(-51.22%) 주가가 같은 기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 들어 기관의 대형 가치주 선호현상이 이어지면서 수급 상황이 나빠졌고 지난 7월 초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한류 규제 움직임으로 투자 심리가 더 얼어붙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투자가 한창인 K컬처밸리가 현 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CJ E&M의 올해 영업이익(3분기 누적 기준)은 지난해 대비 35.73%, CJ CGV는 15.38% 각각 감소했다.

CJ대한통운(7.39%)을 제외한 CJ제일제당(-12.50%) CJ오쇼핑(-12.75%) CJ프레시웨이(-50.56%) 등 다른 자회사 주가도 지난해 8월 대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주)CJ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를 속속 낮추고 있다. 지난해 2분기만 해도 자회사 지분가치를 포함한 순자산가치(NAV)에 10%가량을 할증해 (주)CJ의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CJ E&M과 CJ CGV가 한류를 타고 성장가도를 달리자 여기에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20~30%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자회사들보다 주가 하락폭이 컸던 이유다. 그럼에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견해는 적다. 이 회사보다 저평가받는 지주사가 적지 않아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LG를 비롯해 40%가 넘는 할인율을 적용받는 지주사가 여럿”이라며 “단순히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싸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빛바랜 CJ올리브네트웍스 성장

CJ그룹 승계의 ‘열쇠’로 평가받는 CJ올리브네트웍스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39%, 순이익은 96.07% 증가했다. 이 회사는 (주)CJ의 비상장 자회사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이경후 씨가 지분 21.1%를 갖고 있다. 최근 알짜 계열사인 CJ파워캐스트와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흡수합병해 몸집을 더 키웠다. 주식시장에선 CJ그룹이 오너 3세의 승계를 위해 이 회사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주)CJ 주가도 오를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하지만 CJ올리브네트웍스의 성장 효과를 기대하기엔 기존 상장 자회사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지나치게 가라앉아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악재들은 회사가 쉽게 손 쓸 수 없는 외부 요인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며 “CJ E&M과 CJ CGV 실적이 돌아서지 않으면 (주)CJ 주가도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