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밀집한 서울 여의도를 떠나 강남·종로에 새 둥지를 트는 자산운용사가 늘고 있다. 지리적으로 고객들과 접촉하기 편한 데다 증권가에 떠도는 소문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투자 스타일을 지킬 수 있는 이점이 있어서다.

한국경제신문이 9일 한국형 헤지(사모)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60개 자산운용사의 본점 소재지를 확인한 결과, 여의도가 아닌 지역에 본점을 두고 있는 회사는 모두 14곳(23.3%)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에 있는 자산운용사가 10곳(16.6%)으로 가장 많았고 종로(3곳·5.0%)와 용산(1곳·1.6%)이 뒤를 이었다. 1년 전 강남에 본사를 둔 회사는 안다자산운용 한 곳밖에 없었다. 지난해 10월25일 자산운용업계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신규 진입한 회사 8곳이 강남에 자리를 잡았다.

여의도 이외 지역에 사옥을 둔 헤지펀드 운용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고객과의 접촉이 쉽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최소 가입 금액 1억원인 헤지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창구는 은행·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다. 이들 가운데 수백억~수천억원을 굴리는 ‘큰손 PB’들은 주로 서울 강남권이나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빌딩에 몰려 있다는 설명이다. 박종순 안다자산운용 상무는 “수시로 PB들을 만나 상품을 설명하기도 편하고 직접 사무실을 찾아오는 고객들을 상대하기도 좋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에 나도는 ‘불확실한’ 정보와 거리를 두겠다는 생각도 있다. 예를 들어 여의도에선 ‘A펀드매니저가 B기업에 투자해 큰 이익을 봤다’, ‘C기업에 조만간 호재가 터질 것이다’ 등의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정제되지 않은 무수한 정보가 심리적으로 펀드매니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한미약품 사태’에 연루된 회사 중 비(非)여의도 자산운용사는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 이런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펀드매니저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기업 탐방이 편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