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기대 너무 컸나…'어닝쇼크' 종목 '깜짝 실적'보다 2배 많아
올 3분기 실적시즌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에서 ‘실적 충격(어닝 쇼크)’을 기록한 종목이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낸 종목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올 하반기 들어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너무 높아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 93개 종목 중 추정치보다 10% 이상 영업이익이 낮은 종목은 33개에 달했다. 세 곳 중 한 곳이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냈다는 의미다. 추정치와 괴리가 가장 큰 종목은 태양광 관련 폴리실리콘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OCI였다. OCI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86억원이었지만 실제는 22억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원화 강세와 폴리실리콘 수요 둔화가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영업이익을 수정한 삼성전자와 치약 리콜(회수 후 시정 조치) 사태를 겪은 아모레퍼시픽도 어닝 쇼크 종목에 포함됐다. 에쓰오일(-57.9%) 금호석유(-54.4%) 롯데정밀화학(-36.5%) LG화학(-11.1%) SK이노베이션(-10.5%) 등 석유화학 업종 주요 종목들도 환율 영향 등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냈다.

추정치보다 영업이익 규모가 10% 넘게 많은 14개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엔 하나금융지주(40.3%) 광주은행(18.3%) KB금융(16.1%) 신한지주(15.8%) 등 은행주들이 대거 포진했다. 어닝 쇼크 기업 증가에도 불구하고 은행주를 비롯한 철강, 조선업종 대형 가치주가 선전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코스피200 기업들의 순이익이 100조원을 넘어 2010년(85조7000억원)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어닝 쇼크 종목이 늘고 있지만 삼성전자 충격을 감안하면 3분기 이익 전망 하향 조정폭이 크지 않다”며 “대내외 정치적 변수가 안정되면 시장 변동성도 줄어들 것인 만큼 이익 추정치가 오르고 있는 금융 정보기술(IT) 통신 등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