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25%까지 내렸음에도 불구, 주식형펀드에서 지속적으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위험자산 수요가 늘어나던 과거 흐름과 정반대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지금은 벌 때가 아니라 지킬 때’라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형 펀드 자금 '썰물'…채권형에는 돈 몰려
◆보수적으로 변한 재테크족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일 기준(15일 매매내역 반영)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50조8503억원으로 집계됐다. 금리 인하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후 5거래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금이 유출돼 총 6456억원이 빠져나갔다. 코스피지수가 1950선 안팎까지 조정됐음에도 불구, 저가 매수를 노리는 신규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게 금융회사들의 설명이다.

단기자금 피난처로 알려진 머니마켓펀드(MMF) 상황은 딴판이다. 금리 인하 후 5거래일 동안 들어온 자금이 4조7642억원에 달했다. 주식과 주식형펀드, 파생결합상품 등의 위험자산을 정리한 투자자들이 재투자를 포기하고 MMF에 자금을 보관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인하로 타격이 예상됐던 채권형펀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5거래일 동안 236억원이 순유입됐다. 주식보다는 채권이 덜 위험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채권 보유자들은 금리 차이만큼 이익을 볼 수 있다. 대신 미래 기대수익률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금리 인하 시점에 차익을 실현하고 채권 비중을 줄이는 게 일반적이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 효과가 사라진 배경으로 브렉시트를 지목하고 있다. 오는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영국인들이 EU 탈퇴를 결정하면 국내외 주식시장이 급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업체 ICM이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의뢰로 지난 10~13일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 찬성 의견이 53%로 47%에 그친 반대 의견을 앞지르고 있다.

◆‘L’자형 투자 절벽 올 수도

국내 재테크 전문가들은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할 가능성을 30% 안팎으로 보고 있다. 설문조사에 찬성 의견을 낸 영국인 중 상당수가 실리를 감안, 투표에서 의견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그러면서도 브렉시트 백지화 가능성을 믿고 재테크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바꾸라고 조언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기온창 신한금융투자 투자자산전략부장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코스피지수가 최소 10%는 빠질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 금리 인상 기조 등의 악재가 산적해 있는 만큼 폭락한 지수가 제자리를 되찾지 못하고 ‘L’자를 그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주식형펀드 분석도 국내 주식과 맥락이 같다. 브렉시트의 파고를 넘으면 단숨에 5~10% 정도의 수익을 실현할 수 있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펀드 수익률이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대부분은 ‘공격’보다 ‘방어’를 택하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유럽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493억원에 달했다. 이 중 최근 한 달 사이에 빠져나간 자금이 1000억원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