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손실 공포에 원유DLS는 '찬바람'

국제유가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유가가 이제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과감한 '베팅'에 나선 것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유가 추종 ETF인 '미래에셋 TIGER 원유 선물'의 지난 22일 기준 상장주수(설정좌수)는 7천105만주로, 전날보다 90만주가 늘었다.

25일에는 130만주가 더 상장될 예정이다.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인 ETF는 판매채널인 유동성공급자(LP)를 통한 설정 및 환매에 따라 상장된 주식 수가 매일 바뀐다.

즉 투자자들이 순매수하면 상장 주식 수가 늘어나고, 순매도하면 감소하는 것이다.

지난 4일(5천990만주)과 비교하면 올들어 3주 만에 1천245만주에 달하는 신규 설정이 이뤄졌다.

'미래에셋 TIGER 원유 선물' ETF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데, 최근 WTI 가격이 배럴당 20달러선까지 떨어지면서 덩달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종가는 3천305원으로, 지난해 연말(3천875원)보다 17.2% 떨어졌다.

지난해 5월 6천250원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그러나 수익률 하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저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몸집이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기름값이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미래에셋 TIGER 원유인버스선물' RETF의 상장주수는 75만주선에서 주춤하고 있다.

이는 ETF 투자자들이 유가가 추가 하락하기 보다는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황병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ETF는 중장기 투자 때 매력이 크기 때문에 유가가 12년 만의 최저 수준인 요즘을 바닥으로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원유를 기초 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은 자금이 모이지 않아 발행 자체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 18일 발행된 대신증권의 '크레온다이렉트 DLS 00022'는 WTI 최근월선물과 런던 은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애초 모집가액은 20억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발행금액은 단돈 800만원에 그쳤다.

같은날 발행된 WTI 및 브렌트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삼성증권 DLS 01116'도 30억원 목표에 3천760만원밖에 모집하지 못했다.

역시 WTI 최근월선물과 런던 금가격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하나금융투자의 'H&F투자 DLS 1315'는 아예 발행이 취소됐다.

최근 각국 증시와 상품값의 폭락에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의 대규모 손실에 대한 공포감이 퍼지며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초자산인 WTI 가격이 워낙 내려 DLS의 원금손실구간도 바닥 수준이지만, 최근 파생상품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강해져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