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서만 10.63% 떨어졌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못 미치는 4분기 실적(영업이익 6조1000억원)이 발표된 지난 8일 전후로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

일단 시장이 바라보는 건 다음달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발표될 갤럭시S7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강점인 하드웨어 기술력을 극대화한 새 스마트폰인 ‘폴더블(foldable) 폰’이 언제 나오느냐에 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캡틴 본능' 무뎌진 삼성전자, 갤럭시S7으로 반전할까
◆장중 110만원 하회

18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0.53%(6000원) 하락한 112만6000원(-0.53%)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9월2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110만원(109만2000원) 선이 무너졌다가 오후 들어 하락폭을 만회했다.

'캡틴 본능' 무뎌진 삼성전자, 갤럭시S7으로 반전할까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초부터다. 반도체 부문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138만3000원(11월2일)까지 올랐던 주가가 두 달 새 18.5%나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11월2일 이후 총 2조8698억원(지난 15일 기준)어치를 내다팔았다. 올해에만 5370억원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회사 자체 문제라기보다는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일정 비율 담았던 외국인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자산 대비 시가총액을 따지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어느새 1.0배까지 내려왔다. 회사 자산이 시가총액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인텔(지난해 말 기준 2.6배)이나 TSMC(2.9배)는 물론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소니(1.3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외국인 보유 지분 50% 아래로

기대를 모았던 자사주 매입 효과도 크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30일 3~4차례에 걸쳐 11조3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차 자사주 매입 기간(작년 10월30일~1월12일)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6.4% 하락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보유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비중도 지난해 12월4일 이후 50% 아래(49.11%)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3월 이후 1년8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다만 시장에선 장기적으로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 수준으로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며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기업 분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분할시 주가가 큰 폭으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폴더블폰’ 반전 계기 될까

시장의 눈은 올해 1분기 이후로 쏠리고 있다. 일단 다음달 발표되는 갤럭시S7이 어느 정도 시장 장악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주가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단계에서 시장의 기대감은 높지 않다. 신제품 출시효과와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 강화로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호전될 가능성이 높지만 스마트폰 시장 판도를 뒤바꿀 정도의 파괴력은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갤럭시S7보다는 연말에 나올 폴더블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 스마트폰과 달리 화면이 반으로 접히는 신개념 폴더블폰은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디스플레이 기술을 접목한 만큼 애플과 충분히 겨룰 만하다는 것이 삼성 안팎의 기대감이다. 1980년대 벽돌형 휴대폰→1990년대 폴더형→2000년대 카메라폰→2010년대 풀터치 스마트폰의 계보를 잇는 혁신적 제품이라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은 폴더블폰 성공이 이뤄질 경우 2017년엔 매출 226조원, 영업이익 28조원을 내면서 주가가 한 단계 뛰어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