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 기업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부진한 국내와 달리 미국 일본 등 주요국 대표 기업 실적은 대부분 예상치를 웃돌았다. 특히 자동차, 조선 등 일본 수출주들은 엔화 약세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차(電·車)군단’을 축으로 한 한국 수출기업들은 올 1분기부터 시차를 두고 원화 약세에 따른 이익 개선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전망이다.
엔저에 치였던 전·차군단, 원저 타고 반격 나서나
○日 수출주 실적 대폭 개선

15일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00개(TOPIX100) 기업 중 67개가 작년 4분기(10~12월) 주당순이익(EPS)이 추정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100 구성종목 중 예상보다 나은 성적표를 내놓은 기업이 23개에 불과한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순이익이 예상치를 뛰어넘은 기업 비율은 미국(S&P500 기준)이 77%로 더 높지만 일본은 작년 1분기 54%에서 2분기 57%, 3분기 64%로 매분기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주들의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기업의 실적 개선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업종은 자동차다. 현대자동차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줄어든 반면 혼다(125.1%)와 도요타(14.2%)는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도요타는 시장 추정치(5406억엔)를 10% 이상 웃도는 6000억엔의 순이익을 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일본 조선주도 엔화 약세를 기회 삼아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순이익은 73.4% 급증했고, 미쓰이조선은 흑자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적자를 면치 못한 국내 조선사나 이익 감소세를 보인 중국계 조선사들과는 상반된 결과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본 조선사들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지난달 7년여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월간 수주량 1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조선업체의 사업구조가 거의 동일한 만큼 환율에 따른 실적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스미토모화학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대부분의 수출 업종에서 일본 기업들이 두드러진 실적 개선세를 나타냈다.

○“올해는 원화 약세 덕 볼 듯”

지난해 한국 주요 수출주는 대다수 실적이 글로벌 경쟁업체에 비해 신통치 않았지만 올해는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하다는 시각이 많다. 올 1분기부터는 원화 약세에 따른 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연구원은 “한국도 작년 하반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올 1분기부터 시차를 두고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환율 상승 시 영업이익률 개선폭이 큰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및 부품주 외에 휴맥스 실리콘웍스 풍산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을 꼽았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출주와 달리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내수주는 글로벌 기업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수준의 이익 개선세를 보였다. 인터넷 대장주인 네이버의 작년 4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148.6%로 구글(40.9%) 바이두(14.9%) 야후재팬(0.4%)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컴투스 등 국내 게임주들의 순이익 증가세도 비교 가능한 글로벌 게임업체들에 비해 뛰어났다.

내수주는 주가 수익률에서도 글로벌 업체를 앞섰다. 컴투스(20.3%) 아모레퍼시픽(25.1%) 등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글로벌 동종업체 중 가장 높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미 세계 시장에 진출해 자리를 잡은 선진국 업체와 달리 국내 내수주는 중국 진출을 배경으로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는 단계”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이들 내수주는 오히려 성장주”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