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9일 오전 6시13분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공사 등이 SK에너지에서 분할되는 SK인천정유(가칭)에 투자자로 나선다. 이들 연기금은 사모펀드(PEF)를 통해 SK에너지에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한 뒤 내년 SK인천정유가 설립되면 이 회사 지분 32%를 받는 방식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같은 내용의 ‘SK에너지·SK인천정유 분할 계획’을 확정했다. 지분 투자는 신한금융지주 계열 PEF인 신한PE가 맡는다. 신한PE의 주요 자금 투자자(LP)로는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공사가 참여했다. 국민연금은 4000억원, 정책금융공사는 1000억원을 집어넣기로 했다.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공사는 최근 대체투자위원회를 열어 투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한PE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이들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본금 8000억원에 대출 8000억원을 더해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국내 PEF의 단일 투자 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국민연금은 지분 투자 외에 대출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 등이 이처럼 단일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중·장기적 투자가치와 안정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SK에너지는 연수익 5%가량을 보장해주는 내용의 풋옵션(일정 기간이 지난 후 지분을 되사주겠다는 약속)을 제시했고, 기업이 지분을 되사지 않으면 반대로 투자자가 기업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드래그얼롱 조항도 붙였다. 향후 7년 내 SK인천정유의 기업공개(IPO)도 약속했다.

투자에 참여한 연기금들은 SK인천정유의 성장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SK에너지 사업부문 중 인천정유의 가치가 부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사업 독립성을 갖춘 뒤 고부가가치 제품에 투자한다면 중국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SK인천정유는 투자금을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PX)의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데 쓸 계획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