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3일 오전 11시10분 보도

증권사들의 ‘국민주택채권 매입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권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연루된 데다 ‘사설 메신저’를 통한 채권 호가 정보 교환이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신저를 통한 정보 교환이 불공정거래로 규정될 경우 채권 정보 교류 관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본지 5월3일자 A9면 참조

○공정위, 담합 결론 가능성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3일 국민주택채권 매매가격 담합 조사와 관련, “증권업계의 담합 행위 조사를 거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감사원은 19개 소액 채권 매수 전담 증권사들이 국민주택채권 매수가격을 담합해 매도자에게 약 2년간 868억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밝히고 공정위 등에 제재 검토를 요구했다.

소액 채권 매수 전담 증권사들은 국민이 부동산 등기나 각종 인·허가 때 의무적으로 매입한 국민주택채권을 은행에 되팔 때 이를 모두 사들여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매입가격은 직전일 20개 전담 회원사가 경쟁적으로 제시한 호가를 한국거래소가 산술평균해 구한다.

담합 의혹을 제기한 감사원은 증권사들이 ‘야후 메신저’와 같은 사설 메신저 대화창을 통해 호가 정보를 공유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 증권사가 매일 ‘얼마(예컨대 연 4.50%)’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다른 증권사들도 같은 금리를 제시함으로써 장기간 매입가격을 낮춰왔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싸게 사들인 채권을 다음날 비싼 값에 시장에 되파는 방식으로 매매차익을 얻었다.

○증권업계 “관행 감안해야”

증권사들은 메신저를 통한 정보 공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채권시장의 관행을 감안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메신저 정보 교류는 장외시장 특성상 호가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생겨난 오랜 관행”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야후와 ‘사이보스’ 등 사설 메신저는 한 달에 500조원(전체 채권 거래의 80%)이 거래되는 장외 채권시장 정보 교류의 핵심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감독당국이 정보 교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종종 담합이나 통정매매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0년 4월 사설 메신저의 장점에 투명성을 강화한 ‘프리본드’ 매매시스템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사설 메신저를 선호하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