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의 주인공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휴켐스 지분 일부를 계열사 등에 매각하거나 증여해 그룹 승계작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작년 말 휴켐스 보유주식 608만9625주(지분율 16.12%) 중 163만9864주(4.01%)를 계열사 태광엠티씨에 증여했다. 또 50만2000주를 태광실업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의 휴켐스 지분은 10.89%로 감소했고, 최대주주 지위도 태광실업(11.05%)에 넘겨줬다.

이번 지분 매각과 증여 이후 박 전 회장의 휴켐스 지분은 크게 감소했지만, 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변함이 없다는 평가다. 휴켐스의 새 최대주주가 된 태광실업이 사실상 박 전 회장 개인 회사인데다 태광엠티씨 또한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태광엠티씨는 박 전 회장의 아들 박주환 씨가 최대주주(지분 53.5% 보유)로 있어 이번 증여는 2세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박 전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아들 회사에 지분을 증여한 것이 주목된다"면서 "회사 경영은 박 전 회장이 계속 하겠지만, 앞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아들 박 씨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태광실업 관계자는 "태광엠티씨가 회장님 아들 소유 회사여서 그런(승계)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대주주 개인의 행보에 회사가 언급할 사항은 없다"고 했다.

2008년 12월 구속된 박 전 회장은 2009년 11월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으로 풀려나 서울삼성병원에 입원했다. 작년 9월에는 법원이 경남 김해 자택과 딸의 집까지 주거지 제한을 풀어줬다. 때문에 박 전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조만간 재개할 것이란 얘기가 꾸준히 나왔었다.

한편, 박 전 회장은 휴켐스 지분을 태광실업에 팔아 약 104억원을 현금화 했다. 그는 작년 10월에도 휴켐스 주식 16만여주를 장내에서 매각, 36억원 가량을 마련한 바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