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표 KTB투자증권 은행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밀려드는 기관의 PT(프리젠테이션) 요청과 문의전화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간 부정적으로 봤던 은행주에 대한 시각을 최근 긍정적으로 바꾸자 "은행주를 정말 사도 되겠느냐"는 기관 문의가 크게 늘어난 것. 홍 연구원은 "지금 사도 좋다"고 과감하게(?) 말한다.

보수적으로 은행주를 바라보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은행업종에 대한 태도를 조금씩 바꾸는 모습이다. KTB투자증권에 이어 전일에는 IBK투자증권이 은행주에 대한 '러브콜'을 보냈다. 대손상각 부담이 줄고 있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몇몇 증권사들도 예상보다 실적 개선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은행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주 동반 급등…외환銀 9%↑

1일 오후 1시 48분 현재 은행주들이 일제히 급등하며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전날보다 930원(9.38%) 오른 1만85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 기업은행(6.85%) 하나금융지주(5.47%) 우리금융(5.39%) KB금융(5.02%) 신한지주(3.88%) 등도 큰 폭의 상승세다.

은행 업종지수와 은행계 지주사가 속해 있는 금융업종지수는 각각 7%대와 4%대의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기관의 매수세 유입이 이날 은행주 급등의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기관은 이 시각 현재 1600억원 어치 금융주를 쓸어담고 있다.

종목별로 보면 기관의 매수세가 더 뚜렷하다. 은행 대장주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달 19일 이후 290만주 가량 기관이 순매수했고, 신한지주는 전일 하루에만 129만여주의 기관 '사자' 주문이 쏟아졌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등에도 최근 기관의 매수세가 점증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대손충당금 부담 '완화'

은행주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서다. 특히 은행의 주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는 게 긍정적이다.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홍헌표 연구원은 "올 2분기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스프레드)가 바닥을 찍고 3분기 이후 상승 반전해 내년에는 그간 하락분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은 돈을 유치(수신)하고 대출(여신)할때의 금리차를 주된 수익원으로 삼는다. 올 들어 은행은 이 금리 차이(스프레드) 감소 탓에 꾸준히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그러나 올 2분기에 바닥을 찍고 나면 3분기부터는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가 점차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홍 연구원은 "시중 주요 은행의 자산(빌려준 돈) 금리 평균 잔존기간을 분석한 결과 6.5개월로 집계됐고, 부채(조달한 돈)의 금리 잔존기간은 9.5개월로 나타나 부채의 잔존기간이 3개월 가량 더 길었다"며 "올 상반기 같은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자산의 금리하락이 모두 반영될 때까지 대출금리가 더 빠르게 떨어져 예대 스프레드가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금리가 이후 떨어진 상태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금리 만기가 더 긴 조달부채의 금리 하락이 모두 반영돼 조달금리가 추가 하락하게 되면 예대 스프레드가 원래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하락 결정 시점을 반영해 계산하면 올 2분기에 예대 스프레드 하락의 최저점을 형성하고, 3분기 이후 스프레드는 증가세로 돌아선다는 주장이다.

그는 "올 상반기 가시화된 은행의 예대 스프레드 확대 추세는 상단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2011년까지 추세적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 주가를 압박해오던 대출 부실화에 따른 대손상각 우려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가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여 돈 떼일 걱정 또한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시가총액이 그동안 장부가에도 못 미쳤던 것은 대손상각 규모와 관련한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하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어 장부가까지는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그 이유로 △기업들의 구조조정 관련 은행 노출액이 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에 몰려 있고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기업 대출을 보증해주고 있어 은행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은행업계에 대한 '최선호주(top pick)'로 KTB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을 추천했고, IBK투자증권은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지목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